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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럭셔리] 4억 짜리 장난감…슈퍼리치 ‘초호화 취미’
VVIP를 위한 ‘아트토이’ 시장 후끈
기존작품 재해석 눈으로 즐기는 장난감

美릭스의 ‘더니’ 이베이서 4억 호가
中웨민쥔 ‘베어브릭’ 은 2억5000만원에
샤넬 등 명품브랜드도 잇단 시장 가세


[특별취재팀] 4억원. 발품 잘 팔면 서울에서 30평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이다. 차에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 돈으로 회장님들이나 탈만한 슈퍼카에 눈독을 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행에 민감한 해외의 젊은 슈퍼리치들은 요즘 4억원을 가지고 ‘장난감’을 살까말까를 고민한다. 

미국의 아트토이 디렉터 크리스 릭스(Chris Riggs)가 제작한 이 괴상한 모양(사진)의 장난감 더니(Dunny)가 현재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eBay)에서 4억원에 판매되고 있다. 슈퍼리치를 위한 장난감, ‘아트토이’ 시장이 후끈하다. 크리스 릭스의 더니 시리즈 외에도 억원대를 호가하는 아트토이들이 즐비하다. 

중국의 현대미술작가 웨민쥔(岳敏君)이 디자인한 베어브릭(Bearbrick)도 그 중 하나다. 그의 작품은 2008년 경매에서 2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가격은 역대 베어브릭 최고가로 기록됐다. 

홍콩 아트토이 디렉터 마이클 라우(Michael Lau)가 제작한 30cm 크기 가드너(Gardener) 시리즈. 과거 본인이 그렸던 만화 등장인물을 장난감으로 입체화했다. 마이클 라우 작품은 크기, 제작방식에 따라 가격차이가 크다. 30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들은 대부분 그가 직접 손으로 만든 30cm 크기 핸드메이드 작품이다.

일본 의류브랜드 ‘컨템포러리 픽스(The Contemporary Fix)’가 제작한 베어브릭은 7000만 원을 기록해 뒤를 이었다.

아트토이는 기존 작품을 재해석해 눈으로 즐기는 장난감이다. 익숙했던 장난감에 새로운 문화적 코드들을 입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베어브릭은 곰을, 더니는 토끼를 기반 했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The Simpsons)’을 재해석한 아트토이도 수천 개다.

엄숙한 고급문화를 뒤트는 키치성격도 강하다. 최근 열린 ‘아트 토이 컬쳐 2014 서울’에는 고흐 ‘파이프를 물고 귀를 싸맨 자화상’, ‘오베르의 교회’ 등을 재해석한 아트토이가 전시됐다. 재해석과 뒤틀음 사이에서 ‘공간’을 자기표현 수단으로 활용한다. 

개성강한 젊은 슈퍼리치들이 책상에 놓인 아트토이 통해 자유분방함과 취향, 문화적 다양성, 유머 등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어렵지 않은 예술품인 셈이다. 

피종호 한양대학교 대학원 대중문화시나리오 학과교수는 “아트토이는 원본을 가져와 자신이 동경하는 가치로 새롭게 계승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자기표현에 더 적극적인 대중문화계의 셀러브리티들이 아트토이에 가장 관심을 보인다. 800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흑인 가수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는 바쁜 일정에도 아트토이 폐어에 빠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집에는 카우스(KAWS), 마이클 라우 작품 등 초고가 아트토이 수십 개가 놓였다. 해외 언론은 그의 집을 ‘장난감 박물관’으로 부른다. 

재산이 300억 대인 팝스타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도 만만치 않다. 그는 아예 아트토이 덤 잉글리쉬(Dum English) 시리즈를 직접 제작했다. 

국내에서는 인기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이 유명하다. 탑은 최근 한 아트토이 숍에서 카우스가 제작한 1미터 50센티 크기 아트토이를 2000만 원에 구입했다. 

중국 현대미술작가 웨민쥔(岳敏君)이 제작한 70cm 크기 베어브릭(Bearbrick). 베어브릭 원형에 흰색과 검은색 벽돌무늬를 미로형태로 표현했다. 2008년 경매에서 2억 5000만원에 판매됐다. 전세계에 1개 밖에 없는 작품으로 2010년 Chinese Contemporary Artists Exhibition에도 전시됐다.

산업이 뜨니 아트토이 디렉터들도 유명세다. 현재까지 작품 평균가격이 가장 높은 아트토이 디렉터는 미국 카우스(KAWS)다. 그는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공동 작업한 아트토이로 유명하다. 카우스의 작품들은 평균 3∼4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 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회를 한 홍콩 아트토이 디렉터 마이클 라우(Michael Lau)의 작품도 잘 나간다. 그가 제작한 가드너(Gardener) 시리즈는 3000만 원이 넘는다. GD&TOP 뮤직비디오 ‘뻑이가요’에 등장해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은 베어브릭은 그나마 저렴(?)한 편. 샤넬(CHANEL)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디자인한 이 베어브릭은 온라인에서 1000만 원에 판매됐다. 

아트토이를 구입하는 슈퍼리치들의 대부분은 개인소장을 목적으로 한다. 미술품처럼 희귀하기 때문이다. 신사동에 위치한 아트토이 갤러리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손상우 매니저는 “아트토이 원가는 사실 수십만원 대에 불과하지만 제품의 숫자 자체가 한정되어 있어 가격이 오른다”고 말했다. 

아트토이 디렉터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도 대중화다. 한 디렉터는 “아트토이가 공장에서 찍어져 대량으로 풀리면 장난감으로 취급된다”고 걱정했다. 

대신 희소성이 강하다보니 재테크 측면의 가치도 있다. 1000만 원에 팔린 샤넬 베어브릭은 초창기 관심을 못 받았다. 언론이 주목하자 가격이 급등했다. 지금은 초고가지만 한때 버려진 작품도 있다. 강병헌 아트토이 디렉터는 “일부러 가치를 높인 후 팔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초고가 아트토이의 경우 피규어나 한정판 등의 ‘일반 희귀 장난감’ 만큼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다. 유통 경로가 부족하기 때문에 콜렉터 간 직거래가 많이 이루어진다. 여승민 킨키로봇 브랜드매니저는 “매장에서 초고가 아트토이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팝 아티스트 크리스 릭스(Chris Riggs)가 제작한 18cm 크기 더니(Dunny). 검은 색 더니 원형에 자신을 상징하는 빨주노초파남보 색깔‘ Love’ 글자를 빈틈없이 새겼다. 전 세계에 유일한 작품이다. 아트토이 마니아와 크리스 릭스 작품 콜렉터들 수요가 겹쳐 4억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아트토이의 열기가 여러형태로 지속될 것으로 본다. 당장은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아트토이에 뛰어들고 있다. 

샤넬은 자사 로고를 형상화한 베어브릭을 5개만 한정 제작해 뉴욕 등 일부 매장에 전시했다. 옷 한 벌에 수백만 원이 넘는 톰 브라운(Thom Browne), 겐조(KENZO),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까르벵(Carven)도 직접 디자인한 베어브릭을 출시했다. 코치(COACH)는 회사 캐릭터 퍼피(POPPY)를 아트토이로 제작해 핸드백 구매자에게 선물했다. 손상우 매니저는 초고가 아트토이와 명품 브랜드 고객층이 비슷하다며 “상위 1%를 대상한 샤넬처럼 비범함을 원하는 선도적 집단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아트 토이 컬쳐 2014 서울 행사를 주관한 스페이스 크로프트(Spacecroft)의 박근형 실장도 “명품 브랜드는 아트토이를 통해 구매력 있는 콜렉터의 주목을 끌 수 있다”며 “비매품인 베어브릭을 갖기 위해 명품 가방을 구입할 정도”라고 말했다.

swan@heraldcorp.com

취재=염유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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