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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생생e수첩> 해경만 그럴까요?
한마디로 추상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수도 없이 접해 본 대통령의 담화나 사과였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분명코 없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진한 눈물을 뚝뚝 떨구는 모습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예상보다 강했습니다. 세월호 사고 전반에 걸쳐 갈팡질팡하며 무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해양경찰을 통째로 없애겠다는 것부터가 그러합니다. 안전행정부도 해양수산부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말하자면, 수백 명의 고귀한 생명을 내다버리다시피 한 정부가 몽땅 수술대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어쩌다 여기까지 이르렀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글프고 참담할 따름입니다. 

독도경비를 위해 탄생했지만 설립 61년만에 무능으로 해체의 길을 걷게 된 해양경찰의 다양한 활동 모습.

해경의 일은 해경 스스로 자초한 것입니다. 종합적으로도 세부적으로도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초동단계부터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펴 온 목포해경 123함정은 졸지에 감찰대상으로 전락해 수색업무에서 배제됐고 함장과 승무원 모두 수사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디 123함정만의 일이겠습니까. 해경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부끄러운 두 사건, 기억 할 겁니다. 온 나라가 비탄에 잠긴 이달 초 연휴 끝머리였습니다. 부산해양경찰서 정보과 이모(41) 경사는 한국선급(KR)에 검찰 수사정보를 미리 알려준 혐의로 대기발령 조치됐고, 제주해경 소속 A 경감은 세월호 사고 후 공직자 골프 자제령 와중에 두 차례에 걸쳐 제주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돼 직위 해제조치를 당했습니다.

둘 모두에서 최악의 역주행 사고가 연상됩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습니다. 해경은 이들에 대해 부랴부랴 감찰조사를 벌이면서 사실로 확인되면 엄중 문책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이제 해경은 치욕적인 해체 수순에 들어갈 겁니다. 독도 지킴이로 탄생한지 61년만의 일입니다. 그 기능의 대부분은 (육지)경찰로 이관될 모양입니다. 통치차원의 결단인 만큼 정치권과의 협조도 순탄하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왠지 불안합니다. 경찰이 두 배 가까이 몸집을 불려도 되는지 말입니다. 우리 경찰, 대다수는 민중의 지팡이로서 양심의 마지막 보루로서 불철주야 최선을 다한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동네 역시 만만찮은 곳입니다. 국민 속 뒤집어 놓은 적 비일비재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때마침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또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감사원이 지난해 10~11월 안행부, 법무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을 상대로 ‘민생침해 범죄예방 및 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라고 하는 데 때라도 맞추듯 19일 공개 된 겁니다.

어떤지 보겠습니다. 2012년 12월 성추행으로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은 한 경찰관이 서울 구로경찰서 소속 지구대에 배치돼 ‘밤길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경관 외에도 20여명의 경찰이 지금도 같은 상황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의 음주운전 경찰에 대한 관리도 엉망이라는 군요. 감사원이 표본조사 한 결과 2012년에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경찰 32명 중 14명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정지된 기간에 순찰차를 직접 운전한 기록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얼빠진 경찰은 더 있습니다. 경찰이 성범죄 경력자의 아동·청소년 시설 취업제한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관련 전과자들이 일선 업무에 버젓이 활동 중인 사례가 숱하다고 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경찰청의 징계처분자 관리 소홀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감봉 이상의 징계를 받은 경찰관 298명 중 248명, 83%이상이 시민과 직접 대면하는 분야에서 활동을 했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섬뜩합니다.

국토교통부 역시 어이없긴 마찬가지입니다. 야간 취객을 대상으로 대리운전을 하는 이들 중에 성범죄 경력자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무면허 대리운전자는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운전대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취한 몸과 목숨을 통째로 괴물에게 갖다 바치는 격입니다.

이 정도면 이 나라 공직사회가 탈이 나도 단단히 난 겁니다. 감사원이 업무를 소홀히 처리한 관련자들에 대해 주의처분을 요구했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국민상식으로선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주의처분이라니요. 이게 어디 호루라기 한번 훅 불고 말 일인가요?

굳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표현은 쓰지 않겠습니다만, 솜방망이 처벌이나 조치에 그치다 보니 법을 아예 깔아뭉개고 국민알길 우습게 아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에 오늘도 마음이 착착합니다. 꿈과 희망을 찾아 수첩에 담아보려 애써보지만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암담한 현실이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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