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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명의들 21> 비뇨기과 여의사 1호…성기능 · 배뇨장애 분야 손꼽히는 전문가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
내과 · 외과 아우르는 복합적 학문
그 섬세함에 매료돼 비뇨기과 선택

전엔 꺼리는 남성환자 많았지만
이젠 30~40%는 미리알고 찾아와



“정력에 좋다고 알려진 해구신, 뱀, 사슴피…최근에는 비아그라와 수많은 복제약까지 한국남성들의 정력에 대한 관심은 정말 유별날 정도죠.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 남성들의 성기능장애와 그 치료법은 지금도 수많은 방법들이 연구개발되고 있지만 정작 그 파트너인 여성의 성기능장애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고 오히려 터부시까지 한다는건 이상하지 않나요?”

국내 ‘비뇨기과 여의사 1호’로 잘 알려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45) 교수는 여성들이 겪는 요실금과 불감증, 성교통, 오르가즘 문제에 대해 눈치보지말고 적극적으로 그 원인을 찾아보라고 강조한다.

5월의 따스한 햇살이 내려쬐는 지난 9일 오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진료실에서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 쓸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윤하나 교수를 만났다.

지난해 8월 연구년으로 미국 산디에고 대학에서 1년간 배뇨장애와 여성성의학에 대한 연수를 마치고 복귀한 이후, 윤 교수는 “배뇨장애와 만성방광통증, 여성성기능장애에 대한 미국과 유럽 등의 최신의료기술뿐 아니라 그들의 고민과 우리의 발전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 좋은 기회였다”면서 “최근에는 동물모델을 이용한 여성 성기능 장애 치료제 개발과 안전성에 대한 연구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는 배뇨장애와 여성 성기능장애 분야에서 국내 손꼽히는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왼쪽 사진은 수술하고 있는 윤 교수.

‘윤하나’ 하면 늘 따라붙는 ‘비뇨기과 여의사 1호’라는 타이틀은 그녀에게 대중에게 유명세와 함께 책임감도 안겨줬다.

“여의사로 처음 비뇨기과전문의를 따서 ‘줄을 잘 선 덕’도 좀 본다고 생각하지만, 이젠 책임감이 많이 들어요. 제 밑(?)으로 비뇨기과 여의사가 30여명 정도가 되는데(윤 교수는 비뇨기과여의사 모임인 ‘미녀회’<미래를 바라보는 비뇨기과여의사회>의 대모이자 회장이다)뭔가 솔선수범을 보여줘야하지 않겠어요?”

수도 없는 질문을 받았을 것 같아 하지 않으려 다짐했던 “도대체 왜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흉측한 꼴(?)을 봐야하는 비뇨기과에 왜 자원한 것인가”란 질문을 결국 던졌다.

“비뇨기과학을 본과 3학년 때 처음 배우게 되었는데, 저도 전엔 ‘비뇨기과’ 하면 성병이나 남성 발기부전, 조루 같은 병만 치료하는 ‘좀 거시기 한 과목’으로 알고 있었죠. 실제 저의 대학 동아리(이화의대 오케스트라, EMO)선배 아버님이 비뇨기과 전문의로 개업하고 계셨는데, 그 얘기를 듣자마자 ‘어우, 그 아이는 왜 그런 과목을 전공한데?’하고 놀라셨대요.”

“그런데 실제로 배워보니 비뇨기과가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신장부터 요도까지,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생식 기능을 아우르는 내과와 외과계 학문이 미묘하게 복합된 섬세한 학문이라는 걸 알고 매력을 느꼈죠. 또 비뇨기질환이 있는 여성들이 비뇨기과에 남자 의사들만 있어서 주로 산부인과를 가서 상담을 받는다는거예요. 마침 우리나라엔 비뇨기과를 전공한 여의사가 하나도 없다고도 해서 당시 주임교수이자 과장님이셨던 은사 권성원 교수과 상의를 드리고 그다지 큰 고민하지 않고 전공을 결심했죠. 제 성격상 한 번 꽂혀서 정하면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재보지 않고 되는 방향으로 밀어 붙이는 성격이라서요.”

윤 교수는 큰 고민없이 결심을 했지만 정작 고민에 휩싸인건 선배들이었다. “막상 비뇨기과를 전공할려니까 저를 전공의로 수련을 시킬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당시 비뇨기과학 교실 교수님들과 의국의 선배 전공의 들은 상당히 고심을 하고 여러 차례 회의를 하셨다고해요. 우선, 의국 역사 상 한 번도 없었던 여자 전공의와 어떻게 함께 생활을 할 것인지(전공의의 의국 생활은 거의 24시간을 함께 하며 병원에서 숙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지라), 어떻게 트레이닝을 시켜야 할 것인 지 등도 고민이 있으셨을테고.아뭏튼 여러모로 모자란 저를 기특하게 보아주시고 잘 이끌어주신 선배님들에게 지금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주로 배뇨장애나 여성성기능환자들의 진료를 보지만 남자환자를 볼때면 윤 교수는 환자들이 쑥스러워할까봐 오히려 더 밝고 거리낌없이 증상과 치료에 대해 아주 잘(?) 설명하려고 애쓴다.

“예전에는 내가 왜 여의사에게 진료를 받느냐면서 ‘버럭’하는 남성환자도 있었지만 요즘은 특별히 여의사라고해서 별로 꺼려하시는 분은 없어요. 몇 년전 학회때 설문조사해보니까 비뇨기과에 여의사와 남자의사가 있다면 누구를 선택할거냐 물었더니 대부분이 성별 관계없이 실력있는 의사에게 보겠고 답했어요. 여자라서 힘들었던 적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비뇨기과 여의사 1호라고 알려진게 득이 된게많죠. 환자중 3~40%는 저를 이미 알고오시고 나머지는 이대병원이 예전부터 비뇨기과는 원래 잘한다니까 오시고 하니까요.”

윤 교수의 주 진료과목은 ‘배뇨장애’다. 중년이 지나면서 남자는 전립선비대로 소변을 자주보게되고, 여자는 과민성방광이나 절박성요실금으로 소변이 자꾸 새거나해서 병원을 방문한다. “요실금 환자는 환절기때 많이 와요. 기침할 때 소변이 찔끔 새고 심지어는 양치질할때도 소변이 새고. 겨울철에는 덜하다가 여름에는 소변이 옷에 지려 냄새로 알게돼서 오시는데 요실금은 출산경험이 있건 없건 성인여성의 45%가 생겨요. 50대 이후에는 발병율이 더 높아지고요. ‘소변이 찔끔 나오도록 웃는다는 말이 있죠’ 그런데 소변이 새면 안돼요. 그건 병이니까요.”

윤 교수의 전문분야중 또 하나가 ‘성기능장애’이다. 윤 교수는 그간 방송이나 신문 등에 성기능장애에 관련한 고정칼럼을 연재할 정도로 성기능장애에 관한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이다. 우리나라 부부들에게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섹스리스’ 는 어떻게 풀어야할까?

“섹스리스 문제는 아주 심각한 사회문제예요. 먼저 부부간에 왜 관심이 없는지를 먼저 진지하게 고민하고 원인을 찾아야해요. 부부중 한쪽이 ‘난 관심이 많고 상대방이 관심이 없으니까 난 건강해서 문제없어’ 이런 생각은 ‘망상’이에요. 부인이 혹은 남편이 왜 관심이 없어졌는지 서로 대화하고 중간지점을 찾도록 해야해요. 해결방법은 있으니까 찾아야죠. 그게 성인지의학의 핵심이고 그걸 찾는게 의사인 제 몫이죠.”

윤 교수는 1999년 ‘비뇨기과전문의 여의사 1호’를 딴이후, 지난 2012년에는 정년이 보장된 비뇨기과 정교수가 됐다. 이 역시 ‘국내1호’이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윤 교수의 향후 계획은 뭘까? “지금껏 해왔던 대로 나태해지지 않고, 연수하면서 얻었던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들을 현실화 하면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예요. 저도 나이가 중년에 접어든 만큼 건강도 잘 챙기고요. 기회가 된다면 여성 비뇨기과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연구센터를 국내에 만들고 싶어요.”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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