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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고따윈 필요없어…인디, 명품 氣죽이다
3D 극장에서나 볼 법한 두꺼운 프레임
큐빅넣은 캣츠아이 · 고글연상 미러렌즈…

카렌워커 · 하우스오브홀랜드 · 프린 등
개성 넘치는 디자인 선글라스 잇단 상륙
선쉐이드 CEO “소비자들 명품에 질렸다”



샤넬, 디오르, 구찌, 프라다…. 선글라스 럭셔리 브랜드의 로고가 스타일을 대신하던 때가 있었다. 안경다리에 붙은 큼지막한 로고는 패션과 부의 상징이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옷 잘 입는 한국의 패션 피플들은 이제 럭셔리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는다.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사생활을 디스플레이하고 스스로를 마케팅하는 시대, 그들은 나만의 브랜드, 나만의 스타일로 승부하기 위해 ‘나만 튀어보이는’ 아이템들을 찾는다.

3D 영화관에서나 볼 법한 볼드한 프레임, 꽃 무늬 큐빅을 새겨넣은 캣츠아이, 빨강, 파랑, 노랑 등 스키장 고글을 연상케 하는 원색의 미러렌즈(Mirror lens)까지, 점점 뜨거워지는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 그들을 더욱 당당하고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선글라스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뉴질랜드 출신의 디자이너 카렌 워커(Karen Walker), 영국 출신의 헨리 홀랜드(Henry Holland) 등 개성 넘치는 인디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선글라스는 로고를 필요치 않는다.

호주 최대 선글라스 라이선스업체 선쉐이드CEO 로드니 그룬사잇.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카렌워커ㆍ하우스오브홀랜드ㆍ프린…나만의 ‘잇 선글라스’=카렌 워커는 뉴질랜드 출신 디자이너로, 자신의 이름을 건 선글라스 레이블을 런칭하며 뉴욕과 런던의 편집숍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3D 안경을 연상케 하는 볼드한 프레임에 안경다리 부분에 화살표 모양의 독특한 시그니처가 새겨졌다. 특히 서양인과 다른 아시아인들의 이목구비를 고려해 코받침이 높은 ‘아시안핏’ 모델이 제작됐다. 미란다 커, 리한나 등이 카렌 워커의 팬이며, 국내에서는 소녀시대의 유리, 티파니, 2PM의 닉쿤의 공항패션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수비(ksubi)’는 데님에서 출발한 호주 패션 브랜드. 할리우드에서 활동했던 3명의 남성 디자이너가 만든 이 브랜드는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럭셔리와 스트리트, 바로크와 미니멀리즘, 앤티크와 포스트모던 등 이원적인 콘셉트를 조화롭게 믹스하는 콜렉션의 명성답게 아이웨어(eyewear) 또한 독특한 디자인, 선글라스 프레임에 손그림을 그려넣은 듯한 장난스러운 콘셉트가 인상적이다.

‘하우스오브홀랜드’는 영국 디자이너 헨리 홀랜드가 이끌고 있는 패션 하우스. 독창적이고 재치있는 런던 콜렉션의 특징을 그대로 닮아 아이웨어 또한 대담하고 유머러스하며 주체할 수 없는 ‘끼’가 가득하다. 오각형, 육각형, 혹은 꽃무늬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프레임에 눈썹 모양의 디테일을 가미하기도 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은 에르메스의 카키색 케이프 망토를 입고 하우스오브홀랜드의 선글라스를 착용해 큰 인상을 남겼다. 메탈 소재를 그물처럼 엮은 프레임에 독특한 패턴이 매우 강렬한 디자인이었다.

‘프린(PREEN)’은 1996년 런던에 한 부티끄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2001년 런던패션위크에 등장하며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런던 특유의 펑크함과 시크함으로 똘똘 뭉친 프린의 콜렉션은 아이웨어 라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세계적인 아이웨어 제작업체인 선쉐이드(Sunshades)와 함께 런칭했으며, 1950년대풍의 빈티지한 디자인과 컬러 조합이 인상적이다. 꽃다발 모양으로 장식된 모서리, 과장된 우아함이 물씬 묻어나는 이 브랜드의 선글라스는 2014년 S/S시즌부터 한국에 소개됐다.


▶두려움 없는 디자인, 말도 안되는 디자인…=이들 디자이너 브랜드와 손잡고 전세계에 판매하는 호주 아이웨어 라이선스 그룹 선쉐이드의 CEO 로드니 그룬사잇(Rodney Grunseit)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선쉐이드의 독특하고 유니크한 아이웨어를 국내에서 독점 수입하는 ‘옵티칼W(Optical W)’가 서울 서초동에 수입판매점을 열었기 때문이다. 옵티칼W는 국내 아이웨어 시장 트렌드를 이끄는 레이블 중 하나로, 미니 키친, 디제잉 박스 등 클럽 분위기로 꾸며 놓은 쇼룸에는 위트있고 개성 넘치는 선글라스 제품들이 가득하다.

그룬사잇은 이러한 선글라스 브랜드들의 핵심 가치를 ‘두려움 없고(Fearless) 말도 안되는(Crazy) 디자인’으로 정의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리스크를 피해 ‘안전한’ 디자인에 안주했다면, 이들 브랜드는 과감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것이다.

창립자인 어머니가 7년전 돌아가신 후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든 그룬사잇은 ‘사업을 키워라, 돈은 그 다음이다(Grow the business and you will work out how to make money after)’라는 유언을 비즈니스 모토로 삼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파격적인 아이웨어가 한국과 같은 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 배경에 대해 “지나치게 대중화 한 럭셔리 브랜드들에 질린 소비자들이 독창적인 인디 브랜드들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은색 수트에 르스펙스(Le Specs) 선글라스를 쓴 이 패셔너블한 40대 CEO는 최근 카렌 워커와 함께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 주민들에게 선글라스 케이스를 만드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모델로 고용해 화보 촬영을 진행한 것. 특히 아프리카 수공예 방식으로 제작된 선글라스 케이스의 태슬(Tassels) 장식이 유니크함을 더한다.

독창적 스타일과 함께 패션 기업의 ‘철학’까지 공유하려는 패션 피플들은 선쉐이드가 지향하는 ‘윤리적인(Ethical) 패션’에 주저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사진제공=옵티칼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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