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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배기표> 기업들 위험관리시스템 구축 서둘러야
몇 해전 시카고의 한 바이오에탄올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우연히 안전훈련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게 됐다. 당시 필자를 깜짝 놀라게 만든것은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임직원들의 매우 진지하고도 비장한 태도였다. 그들은 위기관리시스템 세부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며 대응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실전과 연습을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위험관리시스템을 살펴보게 됐다.

기업인들에게 위험관리와 관련한 매뉴얼을 구축하고 관련 교육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거의 모두 시설 안전훈련 수준에만 머물러 있었다. 기업경영 위험관리시스템(Risk Management)은 급변하는 내ㆍ외부 경영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위기를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프레임워크를 말한다.

관리대상이 되는 위험의 범주는 크게 다음으로 나눌 수 있다. 최고경영자 및 주요 인력자원의 부재에 따른 경영의사결정과 관련된 ‘리더 위험’, 비즈니스 영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와 관련된 ‘안전 위험’, 현금유동성과 관련된 ‘재무 위험’, 회계부정ㆍ횡령 등 윤리경영과 관련된 ‘내부통제 위험’, 강력한 경쟁제품의 등장 등 경영환경에 대한 대처능력과 관련된 ‘경영전략 위험’으로 크게 범주화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시스템적으로 다음과 같이 준비해야 한다. 첫째, 과거 회사의 모든 위험사례를 데이터화 및 분석하고, 동종 산업군별 위험사례들을 예측가능한 위험과 예측불가능한 위험으로 나누어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위험요소들을 식별하고 평가해 위기사항 중요도 수준 구간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대처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두번째는 기업경영 위험관리 매뉴얼을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구축 해야 한다. 다양한 위험요소들에 대해 케이스별 대응 시나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는 위험관리 영역별 위기상황 정의 및 성격ㆍ종류를 명시하고 위험관리 주관 대응팀, 즉 대책회의의 참여자 및 책임자와 그들의 권한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특히 산업군 및 위험범주에 따라 필요시 자의적 위기대응의 범위 및 책임자 권한도 명시해야 한다.

위험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면, 먼저 경영위기 속에서도 의사결정을 신속, 정확히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위기상황 속에서 형식의 논리가 아닌 제대로 된 실행지향적 매뉴얼의 기능이 확대되는 것이다. 특히 윤리경영의 조직문화 강화를 통해 조직내부 구성원들의 자부심ㆍ존중감 상승 및 납품업체, 소비자 등의 밸류네트워크 외부 구성원들의 평판도도 제고된다.

위기는 기회다. 위기 극복과정에서 기업들은 장기적 미래경영을 위한 기업조직의 자원과 역량을 개발해 발전할 수 있게 된다. 한국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위험관리시스템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우리 사회 구성원들과의 상생경영의 튼튼한 디딤돌이다.

배기표 경제평론가 미국워싱턴주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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