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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레이드 앤 트렌드 - 최원호> “메콩강의 물줄기를 잡아라”
600억달러 규모 종합개발사업
日 · 中은 “시장 선점” 물량 공세
한국기업들 개별진출 존재 미미
‘한류’ 타고 ‘한강기적’ 보여줄 때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과 태국 국경을 가로지르는 메콩강의 지류인 라오강 수변의 밤은 마치 한강 둔치와 같은 매우 낯익은 풍경이다. 이 풍경의 숨은 ‘제조자’는 한국이다. 한국의 중견기업이 국내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건설한 한국형 제방의 양 옆으로 서구식 펍(Pubㆍ술집),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고, 강변의 전망 좋은 곳에는 화려한 고층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메)의 강 “메콩강”에 거대한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운남성에서 발원하여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6개국, 3억2000만명의 거대인구를 품고 4902㎞를 흐르는 메콩은 최근 600억 달러 규모의 메콩강유역 종합개발사업(Greater Mekong SubregionㆍGMS)의 열기로 뜨겁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추진 중인 사업으로 수자원 관리, 클린에너지 개발, 관광자원 개발, 농촌지역개발 등이 망라됐다.

이미 ADB의 최대 주주인 일본은 라오스의 국경에 7000만 달러 규모의 ‘우정의 다리’를 건설하는 등 일대의 핵심개발사업인 9대 경제회랑 네트워크에 집중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은 교량, 도로는 물론 상하수도 등 생활기반시설의 공여를 통해 현지인들과의 우정을 쌓고 국가 이미지를 높인 뒤 자연스레 이 나라에 영향력을 높여가는 몇 수 높은 진출전략으로 GMS시장을 선점해 가고 있다.

중국 또한 자국에서 발원한 메콩강을 활용해 인도차이나는 물론 대양으로의 진출 기반을 확보하고자 대규모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미국 역시 중국의 남진을 막고 동 권역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다양한 전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대기업들도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물론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시장 진입이 늦었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어 만든 종합 전략에 따라 진출하는 일본 등과는 달리 개별 기업 차원에서 각개격파식으로 진출하다보니 현지에서 한국기업의 존재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다행히 메콩강 사람들은 “너무도 계산적인 일본과 그 속을 모를 거대중국보다는 정겹고도 따스한 한류”에 큰 호감을 갖고 있다. 또 일찍이 이 지역에서 큰 사업을 추진했던 대우그룹의 신화가 “의리 있는 한국민에 대한 신뢰”로 남아 있어 우리 기업의 진출에 보이지 않는 힘이 되고 있다.

메콩강의 작은 나라 라오스는 풍부한 수량을 기반으로 현재 10개의 수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2030년까지 총 72개의 발전소를 건설해 생산된 전기의 80∼90%를 인근 태국 및 베트남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메콩강에 갇힌 나라 라오스가 ‘메콩권역의 배터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라오스수력발전 사업에는 포스코 건설, 서부발전 등 한국의 대기업이 참가하고 있으며 향후 세계수준의 시공역량을 지닌 우리기업의 참여가 더욱 활발해 질 전망이다.

대기업 중심의 발전설비 건설과 함께 낙후된 라오스 송배전 설비 교체 및 연계 사업은 중소전문기업의 참여가 가능한 분야다. 특히 ADB를 중심으로 2020년까지 모두 40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규모 전력망 연계 사업(아세안 파워그리드 프로젝트)은 우리기업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메콩강의 연례행사인 홍수 피해의 최소화와 주민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되는 하천정비, 수변관광자원 개발사업 등은 이미 몇몇의 한국 중견건설기업이 참여하여 큰 성과를 거둔 유망사업분야다.

신이 내려 준 메콩의 물줄기가 한계 성장의 덫에 걸린 우리 기업에게 생명의 물이 되도록 우리정부와 유관기관, 민간기업이 함께 긴 호흡으로 5000여㎞의 메콩강을 타고 내려가야 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던 우리에게 ‘메콩강의 상전벽해(桑田碧海)’는 그리 어렵지 않은 그림이다. 새로운 엘도라도가 눈 앞에 넘실대고 있다.

최원호 무협 마케팅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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