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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요지경 ‘루머’
곰은 물고기를 사냥할 때 마구 물장구를 친다. 물고기가 흐린 물속에서 방향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할 때를 틈타 먹잇감을 잡으려는 꾀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나오는 ‘혼수모어(渾水摸魚)’ 전략이다.

지난 16일 이건희 회장이 위독하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일순 재계는 긴장하고, 증시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거래량이 급증했고, 삼성물산 거래량은 석 달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 회장의 ‘이상’이 처음 확인된 12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18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는 것을 검토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이 회장에 별 일이 없으면 관련주가 들썩일 이유도 없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자극하려고 루머를 퍼뜨렸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재계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증시가 요동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최근 진행 중인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매각 작업과 관련해서도 포스코가 매입을 사실상 결정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증권 인수설로도 한 때 관련종목 주가가 출렁였다.

그럼에도 정보가 곧 수익이 되는 자본주의에서, 첨단 정보통신 시대에 루머를 완전히 근절하기란 어렵다. 자칫 정보 예측이라는 투자의 고유 영역까지 침범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정보의 철저한 보안과 함께 적절한 공개가 이뤄진다면 루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증시의 적나라한 모습을 그려낸 영화라는 1987년 올리브 스톤 감독의 ‘월스트리트(Wall Street)’, 2013년 J.C 챈더 감독의 ‘마진콜(Margin Call)’에서도 부도덕한 정보 관리가 문제의 발단이다. 로스차일드(Rothschild) 가문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무를 수 있게 된 계기인 ‘네이선(Nathan)의 역경매’도 마찬가지다. 1815년 6월 워털루 전투에서 웰링턴이 이겼다는 정보를 먼저 입수한 네이선 로스차일드는 장 초반 마치 나폴레옹이 이긴 듯 영국 국채를 일부 내다팔아 다른 투자자들의 투매를 유도해 냈다.

특히 인명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적시에 정확한 정보가 모든 이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최근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괴담도 정부의 잘못된 정보관리 탓이 크다. 물론 크레타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무찌르고도 제대로 흰돛을 내걸지 않은 테세우스의 경솔함과 함께, 아들의 생사를 눈으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신호에만 의지해 자살한 아테네 왕 아이게우스의 성급함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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