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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기자협회 “길환영 사장, 사퇴거부시 제작거부”…‘보도외압 일지’ 공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 과정에서 촉발된 KBS의 독립성, 공정성 논란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 비교 발언으로 보직을 떠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 정황을 구체적으로 폭로했고, 길환영 사장은17일 자사 메인뉴스를 통해 전면 부인했지만 KBS 내부에선 길 사장의 사퇴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KBS 기자협회는 18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비대위원회의에서 “19일 오후 3시로 예정된 ‘사장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사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18시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오후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KBS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기자총회에 참석, 앞서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KBS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밝힌 구체적인 정황들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보도국장은 “기자회견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세월호 유족들의 항의에 대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는데, 기자회견을 35분 앞두고 사장이 청와대의 전화를 받고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고 청와대의 인사 개입설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길 사장이 석 달을 쉬면 일자리를 주겠다고 회유했다. 이를 거역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고 대통령의 뜻이라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덧붙였다.

김 전 보도국장은 특히 재임 시절 ‘청와대로부터 수시로 외압을 받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보도 관련 요구를 했다’, ‘길환영 사장이 특정 뉴스를 빼거나 축소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다.

길 사장은 김 전 보도국장의 주장에 지난 17일 자사 메인뉴스인 KBS ‘뉴스9’를 통해 “청와대 보도개입 주장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 KBS 양대 노조와 기자협회는 길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높이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18일 오후 길 사장이 사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자거부에 돌입한다는 사실을 전하며 “KBS 저널리즘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시청자 여러분 사죄드린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더불어 김 전 국장이 직접 작성한 ‘보도 외압 일지’를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일지에는 길 사장이 세월호 보도에서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한 내용을 비롯한 길 사장의 뉴스 개입 정황 자료가 담겨있었다.

먼저 지난 5월 3일 KBS 9시 뉴스에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이 화면 하단 자막으로 나가자 길 사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이를 빼라고 지시했다고 일지에서는 밝히고 있다. 또 5월 6일 KBS 9시 뉴스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에 참가한 박근혜 대통령 관련 뉴스를 헤드라인 뉴스 상위 순번으로 배치할 것을 요구했다.

18일 오후 KBS 저녁 뉴스에선 “길환영 KBS 사장, 뉴스 순서와 자막까지 개입”이라는 꼭지로 이를 전하며, 사흘 연속 ‘청와대 외압설’과 길환영 사장의 개입설 등을 보도하고 있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보도 독립성 논란에 KBS새노조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1224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길환영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투표율 90.2%)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불신임’ 의견이 97.9%(1081표)로 나왔으며, 신임 의견은 2.1%(23표)에 그쳤다. KBS새노조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예정하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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