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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시곤, 청와대 인사 - 보도 개입 폭로 “대통령 뜻이라며 사퇴 종용, 눈물까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과정에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KBS 사태가 청와대의 인사개입설, 보도개입설로 확대됐다.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 비교 발언이 논란을 불러오며 사퇴한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이 사퇴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 전 국장은 16일 KBS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기자총회에 참석, 앞서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KBS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밝힌 구체적인 배경들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보도국장은 “기자회견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세월호 유족들의 항의에 대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는데, 기자회견을 35분 앞두고 사장이 청와대의 전화를 받고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 사장이 석 달을 쉬면 일자리를 주겠다고 회유했나. 이를 거역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고 대통령의 뜻이라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폭로했다.

이날 김 전 국장은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 사례도 조목조목 밝혔다.

김 전 국장은 “정치를 제외하고는 거의 개입이 없었지만, 정치 부분은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하는 1년 동안 허니문 기간은 비판 자제였고, 2월 25일 허니문 끝나고서도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다”는 김 전 국장은 “정부 여당 비판도 제가 기억하기로는 한 차례만 있었다”면서 “마찬가지로 민주당 비판도 하지 못했다. 민주당도 비판의 대상에서 성역이 돼버린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국장은 “뉴스에 대한 개입을 안 했던 사장은 정연주, 이병순 전 사장이었고 두 사람은 가편집, 뉴스 큐시트 받지 않았다”며 “뉴스 큐시트를 받기 시작한 게 김인규 전 사장이고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 있어서도 김 전 국장은 “정부 쪽에서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우리가 많이 비판했다”며 그러던 중 “요청이 잘 안 받아들여지니까 사장을 통한 루트로 전달됐다. 5월 5일 사장 주재 모임에서 해경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원 수사 관련 기사에 일부 순서를 내리라는 사장의 주문”이 있었으며 “대통령 순방 꼭지 늘리기”, “대통령 관련 뉴스는 러닝타임 20분 내로 소화하라는 사장의 원칙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청와대의 인사 개입설은 또 있었다. 김 전 보도국장은 “새 정부 들어 청와대 모 인사가 특정 기자를 청와대 출입기자로 발령낼 것을 요구했는데 당시 보도국 간부들이 모두 그 요청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총회에 앞서 KBS 보도본부 산하 보도국과 시사제작국 보직부장 전원인 부장급 간부 19명이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보직을 사퇴했고, 임창건 보도본부장도 사표를 제출했다.

부장단은 성명에서 “전임 보도국장에 따르면 (길 사장은)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KBS 보도에 사사건건 간섭해왔다고 한다”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다가 그들이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자 태도를 바꿔 머리를 조아린 길 사장의 행보를 보면 김 전 국장의 폭로를 사실로 받아들일 만하다”면서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측은 현재 길환영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진행 중이다. KBS본부는 17일 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결과에 따라 21∼23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KBS본부 측은 이날 사태에 대해 “청와대의 인사개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길 사장은 더 이상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자격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며 “길 사장이 18일까지 자진사퇴를 거부하면 19일부터 출근저지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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