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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선거판에서 화두로 떠오른 ‘생명의 강’ 갠지스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강가 지(갠지스강의 여신)가 울고 있습니다.”

생명의 강, 인도인의 젖줄, 문명의 발상지 갠지스강이 이번 총선을 통해 인도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시신을 화장해 재를 뿌리며 망자의 속죄를 바라고, 여신으로 신격화할 만큼 갠지스강은 인도인에게 큰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순례자, 철학자, 시인,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곳이지만 바라나시 지역 같은 곳은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공존하고 두 종교는 방직산업, 음악, 문화 등에서 얽히고 섞여 때론 정치적 대립으로도 이어진다.

16일(현지시간) 인도가 총선결과 발표를 앞둔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는 갠지스강을 다양한 식으로 선거에 적절히 이용하며 정화 사업등의 공약으로 표몰이를 했다고 15일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갠지스강변 바라나시. [사진=위키피디아]

갠지스강에는 수세기 동안 힌두인들이 화장을 하고 재를 뿌리고 있다. 또 환경운동가 B.D. 트리파티에 따르면 산업폐수가 섞인 하수도물 3억리터가 매일 이곳에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을 그냥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염이 심각하다.

4억5000만명의 인구가 갠지스강의 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강을 정화하는 프로젝트는 힌두교와 이슬람교로 분열된 여러 지역을 통합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유력한 총리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구자라트 주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갠지스강을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모디는 부패로 더럽혀지고 잘못된 지도와 관료주의적 태만으로 인해 정체된 인도를 되살리는 것처럼 갠지스강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갠지스강변 바라나시를 찾아 “갠지스강의 어머니가 나를 바라나시로 부른 느낌”이라며 “어머니의 무릎으로 돌아온 아이같다”며 갠지스강과의 유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갠지스강을 선거에 이용한 정치인은 모디 뿐만이 아니다. 아르빈드 케즈리왈 암아드미(보통사람)당 대표는 모디의 공약이 돈키호테처럼 허황되고 대단히 상징적일 뿐이라고 맞섰다.

케즈리왈은 구자라트주 사바르마티강의 샘플을 채취해 조사를 벌였고 이 강이 오염됐다며 모디의 공약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디는 사바르마티강과 동일한 방식으로 갠지스강을 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케즈리왈은 델리 주지사를 지낸 인물로 지난 20년 간 집권 국민회의당(INC)과 모디의 인도국민당(BJP)이 독점해 온 기존 정치에 도전하는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BJP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슬림이 필요했다. 브라운대 정치학과의 애슈토쉬 바르쉬니는 “무슬림을 끌어들이는 것은 갠지스강 정화 프로젝트를 통해 가능하고, 모디의 경력 때문에 프로그램 없이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모디가 구자라트 주지사 재직 시절엔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충돌해 1000명 이상 숨진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갠지스강의 탄생. [사진=위키피디아]

한편 트리파티 바나라스힌두대학 환경과학과 교수는 갠지스강이 관개와 전력 생산을 이유로 댐으로 막혀있으며 자체 정화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염의 90%가 하수와 산업폐수이며 나머지는 화장으로 뿌려진 재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인도 정부는 수질 개선 시설 건설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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