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학생에 치이고 학원에 밀리고…스승이 사라진다
학교폭력 · 교권침해 등 다반사
대입 공부는 사교육으로 대체
세월호 참사후 우울증도 심각

“스트레스 · 회의감 갈수록 가중”
올 퇴직신청교사 5000명 넘어



“오죽하면 학교를 떠나겠습니까. 사명감을 갖고 버텨보기도 했지만 회의감만 점점 더 커졌고, 스트레스도 심각했습니다.” (56세ㆍ 퇴직 교사)

“요즘 교사의 위상이 어디 예전만 합니까. 학원 강사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요즘 같아서는 정말 교사할 맛이 나지 않습니다.”(43ㆍ고등학교 현직교사)

15일 스승의 날 의미가 위축됐다. 아니, 참담해졌다. 교사는 자랑스럽고,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었다.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 말은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선 교권이 땅에 떨어진지 오래고, 교직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학교는 학교폭력과 교권침해로 바람 잘 날 없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스승의 날’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다.

이러한 현실 속에 교직에 회의를 느껴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실제 올들어서만 퇴직을 신청한 교사만 전국적으로 5000명이 넘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교원들 사이에 교직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는 것이 주 원인”이라고 했다.

많은 교사들이 교사로서 사명의식을 갖고 버텨보기도 하지만 한국 교육의 현실이 이마저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그 열풍은 불고 있으며, 학교는 그저 형식적인 것일 뿐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는 사교육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교사의 권위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참사가 학교와 교직사회 전반에 미친 파장도 심각하다. 교사 상당수가 세월호 참사로 수업전후 불안ㆍ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교단 우울증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경기도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K모 교사는 “세월호 참사로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운명을 달리하면서 같은 교사로서 회의감이 더 크게 든다”고 토로했다.

이에 학교 현장에서 학생 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요즘 교사들 상당수는 성적보다는 인성을 갖춘 제자를 선호하는 흐름도 보이고 있다.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그만큼 학생들 인성 교육에 쩔쩔매고 있다는 방증이다.

교총이 스승의 날을 맞아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제자 유형에 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예절바른 학생(36.2%)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반면 학업성적이 높은 학생(0.2%), 재능이 많고 창의성이 풍부한 학생(2.8%), 지도력 있고 활동적인 학생(2.3%) 등을 선택한 교사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다. 


박영훈 기자/par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