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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함영훈> 교육자들 세월호 성명서엔 알맹이가 빠졌다
뽀송뽀송하던 학창시절 처음 인연을 맺고는 상급학교 진학과 졸업, 취업을 거쳐 머리에 서리가 내린 때라도 찾는 게 스승이다. 좋은 스승의 얼굴을 떠올리는 순간 나의 순진하면서도 거칠었던 청소년기를 잡아주던 그 눈빛이 아직 곁에서 응시하는 것 같아 마음가짐을 다잡게 된다.

그래서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다. 나라 경영의 핵심 인재로 수천명을 키우고,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실천’ 덕목을 설파한 공자는 만세사표(萬世師表:영원한 스승의 본보기)가 되었다.

좋은 교육자는 세상을 밝게 한다. 바꿔말하면 세상이 어두우면 교육 역시 잘못됐다고 꼬집지 않을 수 없다.

철학이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추상적 지혜이고 법학이 사회 각 영역의 합리적,인간적 운영을 가능게 하는 도구라면, 교육은 모든 영역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제공하며 사람과 에너지를 투입하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가 역대 청와대와 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만의 문제가 아니듯, 교육은 교육부만의 것이 아니고 모든 정부 부처에 고루 영향을 미친다. 행정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말이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난 세월호 참사앞에서 교육자들은 스승의 날, 반성문을 써냈다. 경희대 교수 179명은 ‘스승의 날을 반납합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타인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이 뒤엉킨 결과”라면서 “불의에 개입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교육,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교육” 등을 ‘요구’했다. 연세대 교수 131명은 “결과만을 중시하고, 비리와 이권으로 뒤엉킨 사회를 개혁하기는 커녕 방조하고 편승하지 않았는지 자성한다”고 했다.

재미 한인 교수와 외국인 학자 1074명도 정부의 책임을 묻는 성명을 냈으며, 한국교총은 스승의 날 기념식을 열지 않고 참사 희생자 애도주간으로 정했다.

그런데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다. “스승으로서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주체적 실천 표현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그간 우리는 큰 일 터질때마다 문제점을 통렬히 해부하거나, 자성하는 모습을 무수히 보아왔다. 그럼에도 사태가 되풀이되었기에, 국민들은 뭘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속 시원한’ 말을 듣고 싶지만 이번에도 없었다.

전문가 답게, 지혜의 산실 답게 근본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잘못된 관행과 어떻게 결별할 지, 따뜻한 자본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고리부터 고쳐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교육자들은 사회주도층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추고 올바른 리더십을 함양하는지 지켜보고 충고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아울러 인간성 회복을 위한 교육개편안은 이것이고 내가 실천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기자가 된 제자에게는 “기사 잘 봤는데, 너 스스로는 잘 지키고 있니. 왜 A는 놔두고 B만 쓰니”라고 전화라도 걸겠다, 중책을 맡은 제자들의 직역을 둘러싸고 부조리 가능성은 없는지 모니터링해서 몸가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당부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니 말이다. 

함영훈 라이프스타일부장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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