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제광장 - 한상완> 환율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원/달러 환율 1000원선 위태
경쟁 일의 엔화 약세 더 우려
우리경제 기초 허약 수출 타격
기업 감당 무리…당국 나서야


원화의 대미 달러화 환율 1000원선이 위태로워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은 국내 경기 진작을 위해 양적 완화를 단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라고 한다면 원화 환율이 하락하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도 또 염려할 것도 없다. 우리 경제가 탄탄하게 성장하고, 해외 수출이 급증하면서 원화가 강세를 기록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보면 원화 강세가 염려할 일로 다가온다.

우선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최근에는 2%대까지 주저앉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3.9%를 기록했지만 2분기 이후에도 그런 성장률이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곤란하다. 또 최근 들어 성장률의 진폭이 2~4% 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활력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수출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선 것도 아니다. 올해 들어서 금액으로는 수출이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오히려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4월 수출이 금액 기준 9% 증가로 나타났지만 그것은 5월 초 연휴 때문에 미리 나간 효과가 커서 제대로 된 수출 증가로 보기 어렵다.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수입이 줄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국내 투자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자본재의 수입이 감소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엔화 환율은 약세를 지속하여 원화의 대 엔화(100엔) 환율이 1000원대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5월 14일 원화의 대일 엔화 환율은 999.41원을 기록하면서 세자리가 됐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인 2008년 8월 이후 5년 9개월 만에 세자릿수로 복귀한 것이다.

원화의 대일 엔화 환율의 급락은 원화 강세에 엔화 약세가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양적 완화(확장적 통화) 정책으로 인해 엔화의 대미 달러화 환율은 102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수년전 70엔대를 지속했던 것에 비하면 거의 40% 절하된 셈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원화의 대일 엔화 환율은 900원대에서 자리 잡을 것이 확실하다.

원화의 환율은 대미 달러화 환율보다 대일 엔화 환율이 더 중요하다. 일본과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로서는 엔화 대비 환율이 가격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원/100엔 환율이 1% 감소하면 우리의 총 수출은 0.9% 정도 감소한다. 품목별로는 철강, 석유화학, 기계, IT, 자동차, 가전 등 우리의 주력 수출 제품이 타격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단기적인 수출 충격보다는 전산업 분야에서의 장기적인 경쟁력 훼손이 더욱 우려된다. 당장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진행되고 있는 산업구조 조정 과정에서 우리 산업의 경쟁 기반이 침식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산업이 철강산업이다. 여기에 더하여 기존에 일본이 포기했던 제품들까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을 턱밑까지 따라붙었던 자동차 산업이 위험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동안 일본을 제치고 세계 선두권으로 올라선 것으로 평가되던 IT 산업의 미래도 안심할 수 없다.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런 가운데 환율 하락 폭 역시 과도하다. 속도도 문제가 된다. 환율 하락에 대응할 시간도 없이 떨어지고 있다. 환율 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적정 수준과 속도라는 것이 있다. 지금의 수준과 속도는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아무쪼록 정책당국이 나서서 환율 하락의 폭과 속도가 너무 과도하지 않도록 미세조정 해주기를 바란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