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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사람 갈등 · 고민 해결해주고 싶어요”
- 안산서 하루 13시간씩 심리상담 봉사 이혜선 씨
대기업 근무 · 겸임교수 · 심리치료사…
주변에 작지만 도움줄 수 있어 다행



“사람들의 갈등과 고민을 해결해주는 심리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감사팀에서 일하는 이혜선(37·사진) 씨는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다. 거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와 심리치료사라는 직함도 쓴다.

문화컨텐츠 업체를 다니던 이 씨는 지난 19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뒤 경제위기에도 끄떡없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가기로 마음 먹고 2004년 지금의 회사로 입사했다.

이후 큰 규모의 기업 안에서도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고민을 마주했다. 이런 조직갈등을 이해하기 위해 그는 입사한 해부터 심리상담을 공부하기 시작해 2007년부터 영남대학교에서 미술치료학 석ㆍ박사를 공부했다. 몇 년간 주말을 모두 반납하고 일주일에 3번 이상은 밤샘하면서 과제를 제출했다.

“큰 기업을 다니기 전에는 대기업 사원들은 걱정없이 잘 살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규모가 큰 기업을 다니다 보니까 그렇지 않더라구요. 다들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많았어요.”


이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봉사도 하고 있다. 2009년부터 2년간 보호감찰 청소년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고, 아동성폭력 살인사건 피해가족을 위한 심리지원도 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 많이 힘들었는데 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기쁨을 찾았던 것 같아요.”

이 씨는 특히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15일간 경기 안산시 합동분향소 등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봉사를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한국피해자지원협회에서 이 씨에게 심리지원단 지원을 요청했고, 직장에서도 흔쾌히 허락해줘 안산으로 갈 수 있었다. 안산으로 가는 도중에는 작은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수습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희생자 가족이 있는 현장으로 향했다.

“제가 선박을 만드는 곳에서 일하다 보니 여객선이 침몰한 것을 보고 책임감이 더 느껴져 빨리 안산으로 가고 싶었어요.”

이 씨는 안산에서 하루 13시간씩 심리상담 봉사를 진행했다. 2시간가량 걸리는 심층상담을 주로 하며 15일간 직ㆍ간접적으로 100여명을 만났다.

“한 유가족이 처음에 통곡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 잠을 못잔다고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곡하는 소리가 안 들리면 불안하다고 했죠. ‘곡하는 소리가 들려야 시신이 오기 때문’이라는 그 유가족의 얘기를 듣고 마음이 무척 아팠어요.”

이 씨는 그동안 길고 힘들었던 공부를 끝내고 오는 8월 미술치료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회사 안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심리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예요. 조직 내 심리 상담을 통해 사람의 갈등과 고민을 해결해주고 싶어요.”

안산=민상식·손수용 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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