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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리빙 쇼핑] 코르크…숲이 집으로 들어오다
와인마개 · 메모보드 넘어…보온 · 보냉효과 최고급 인테리어 소재 각광
유럽 코르크참나무 별다른 가공없이 압축 사용
한그루당 150~200년간 총16번 수확 가능
지속가능한 친환경소재…화학단열재 대체재로

건축 외장재 사용땐 변색 ‘에코디자인’ 으로
국내에선 ‘코르크포유’ 등 10여곳 전문 취급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홍수를 이루는 세상이다.

고가의 가전제품에서부터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병, 조리도구 같은 생활용품, 원목을 활용한 가구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제품들이 저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그러나 그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왠지 모르게 위선적이다.

‘코르크’는 다르다. 단언컨대, 코르크가 달고 있는 친환경이라는 이름표에는 그런 위선이 들어 있지 않다.

코르크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 지역에서 많이 자라는 ‘코르크참나무’의 두꺼운 나무껍질을 뜻하는 말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벌목’이나 ‘화학약품 처리’ 등 자연을 해치는 과정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다 자란 코르크참나무의 껍질을 벗겨 별다른 가공과정 없이 뚜껑 모양으로 찍어낸 것이 바로 ‘코르크 마개’다. 남은 껍질 부스러기를 잘게 부숴 압축하면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이때 한 번 껍질을 벗겨 낸 코르크참나무는 다시 겉 껍질이 자랄 때 까지 10년간 보호되며, 코르크참나무 한그루당 150~200년 동안 총 16번 정도의 코르크 수확이 가능하다. 즉, 원료 채취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심각한 자연의 변형이나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소재’인 셈이다.


▶코르크, 유럽에서 꽃을 피우다=코르크의 이런 친환경적 특성에 따라 코르크참나무의 주산지인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코르크가 활용돼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코르크 와인 마개’다. 여러 문헌에 따르면 유럽에서 코르크가 와인 마개로 폭넓게 이용된 시기는 17세기부터다. 1599년경 지어진 셰익스피어의 희극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 3막 2장에는 주인공인 로잘린드가 남자로 변장한 셀리아에게 “그대의 입에서 코르크를 빼내고 싶소”라고 간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셰익스피어 시대에도 코르크가 와인 마개로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17세기에 들어 영국의 외교관이자 작가인 케넬름 딕비가 강화 유리병에 꼭 맞는 코르크 마개를 개발, 코르크는 와인 마개의 대명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날 코르크의 쓰임새는 단지 와인 마개에 그치지 않는다.

수백 년간 코르크를 활용해온 만큼 유럽에서는 코르크 가공기술도 극한으로 발달, 예술ㆍ패션ㆍ건축ㆍ기술 산업 등 전분야에서 핵심 소재로 코르크를 사용한다. 전 세계 코르크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포르투갈의 코르크 전문회사 ‘아모림’은 코르크의 뛰어난 방음ㆍ보온 기능을 활용해 댐, 공항, 다리처럼 소음이 심한 공공건축물에 들어가는 건축자재를 개발했다. 최첨단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우주산업’ 분야에서도 코르크는 빠져서는 안 되는 소재다. 극도의 뜨거움과 차가움을 견뎌내면서도 무게는 가벼워야 하는 우주선의 내열시스템 소재로 코르크 만한 것이 없기 때문.


▶코르크, 일상으로 들어오다=아울러 최근에는 ‘웰-빙’ 열풍을 타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에도 속속 코르크가 도입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코르크가 활용되고 있는 곳은 ‘건축’ 분야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코르크는 뛰어난 절연ㆍ보온ㆍ보냉 기능을 자랑하기에 기존 화학 단열재의 대체재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 특히 코르크를 탄화(적당한 조건에서 가열해 열분해하는 것)해 만든 ‘코르크 보드’는 기능성뿐 아니라 색감과 질감도 아름다워 건물의 내ㆍ외장재로 인기가 높다.

코르크 전문 브랜드 ‘코르크포유’를 운영하는 국내 중소기업 아이에스포르토에 따르면, 코르크 보드의 열 전도율은 0.036W/mk 정도로 EU 기준수치인 0.040W/mk 보다도 낮다. 건물 단열재의 성능은 열 전도율이 낮을수록 우수한 것으로 판단한다. 또 코르크 보드는 탄화 과정에서 일반 코르크보다 색깔이 짙어지는데, 이를 건물의 외장재로 사용하면 태양광과 비바람을 맞으며 자연스럽게 황금빛으로 다시 한 번 색상이 변화해 진정한 의미의 ‘에코 디자인’을 즐길 수 있다.

코르크포유 관계자는 “코르크 특유의 자연스러운 질감이나 고급스러운 디자인 탓에 주택 리모델링이나 레스토랑 등의 리모델링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특히 최근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숲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원료를 얻을 수 있는 코르크 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르크 보드 외에도 코르크를 이용한 바닥재와 벽지도 점차 주목을 받는 추세다. 1㎠당 4200만개의 6각형 섬유세포층을 지닌 코르크는 흡음기능이 뛰어나 바닥재로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뿐더러, 촉감이 부드러워 좌식 생활을 하는 우리 문화에 꼭 들어맞는다. 아주 작은 크기의 코르크 칩을 얇게 압착해 만든 코르크 벽지는 아토피나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아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주로 찾는다. 이 외에도 코르크는 어린이용 모형 장난감이나 식판, 컵 받침, 쟁반 등 유해물질이 발생해서는 안 되는 유아ㆍ주방용품 분야 등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국내 코르크 산업=그러나 이 같은 코르크의 다양한 쓰임새에도 불구하고 국내 코르크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르크라는 소재 자체가 국내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코르크 대부분을 유럽 회사를 통해 수입해야 해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 즉, 코르크가 친환경 고급문화로서는 자리를 잡고 있지만 ‘대중화’는 요원하다는 이야기다.

실제 국내에서 코르크 소재 건축자재나 제품을 취급하는 전문업체는 십여 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도 대다수 업체는 코르크를 활용한 게시판 등을 제작하는 자영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르크포유 관계자는 “약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코르크를 활용한 건축자재와 소품 등을 전문 취급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경쟁사는 몇 곳 되지 않는다”며 “코르크가 장점과 쓰임새 아주 많은 소재인 만큼 관련 시장이 활성화가 된다면 관련 소품 제작이나 폐 코르크 마개 재활용 등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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