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개발 여건은 다시 무르익고 있다.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 측의 재추진 의사가 강하고, 국내외에서 용산 개발사업 투자 의향을 보이는 투자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사업 무산 후 진행되고 있는 시행사와 토지주(코레일) 간의 법정 소송은 길어질수록 양측 모두의 피해를 키울 수 있어 판결 전 막판 빅딜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관건은 시행사와 토지주 당사자끼리 현재의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느냐다. 양측의 소송은 최종 판결까지 최소 4~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판결 전에 빨리 합의를 이끌어내야만 서울시가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정 후보의 ‘용산 개발 재추진 공약’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개발 계획을 단순히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양자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특단의 카드가 필요한 셈이다.
개발 계획은 박 시장이나 정 후보 모두 표현만 다를 뿐 유사한 부분이 많다.
박 시장은 소송이 끝나는 것을 전제로 기존의 서부이촌동과 용산역(정비창) 부지의 통합 개발안이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서부이촌동과 용산역 부지를 분리해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통합개발안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된 서부이촌동 주민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토지 용도를 현재의 제2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50%)에서 준주거지역(용적률 400%)으로 2단계 종상향해주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300%)으로 한 단계 종상향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준주거지역으로 한 번에 두 단계 종상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서부이촌동의 사업성이 크게 개선돼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정 후보 역시 서부이촌동과 용산역 부지의 통합개발안에는 반대한다. 그의 대안은 기본계획은 종합적으로 수립하되 사업은 3~4개 구역으로 나눠 추진한다는 것.
다만 박 시장은 용산 개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이전 부지와 코엑스, 잠실종합운동장 등 일대 82만㎡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한다는 안을 발표해 차별화된다.
혁신도시로 옮겨가는 한전 부지와 중랑구로 이전한 서울의료원 부지 등 개발 밑그림이 필요한 이 지역 일대에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대체할 개발안을 내놨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박 시장은 강남 개발, 정 후보는 용산 개발 구도가 구축된 것이다.
정 후보가 이런 판도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결국 시행사와 토지주 간의 문제에 적극 개입해 용산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벌써부터 용산 일대에서는 정 후보가 그런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용산역 인근의 한 건물주는 “용산 개발 건으로 이 일대 주민들은 이미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린 바 있다”며 “정 후보가 표심을 잡으려면 뭔가 획기적인 방식으로 용산이 개발될 거라는 확신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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