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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권남근> ‘재테크 우울증 시대’
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이 ‘파도타기 투자법’을 아느냐고 물었다. 다소 생뚱맞은 질문이라 잠시 머뭇거렸더니 바로 코스피 지수 1900 근처에서 사고 2000선에서 파는 것이라고 했다. 몇 년째 지수가 크게 오르거나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렇게만 잘 하면 돈벌기 편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박스권 투자’의 전형이다. 2000선만 되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돈이 빠지고 1900선 근처에서 들어오는 최근의 흐름을 보면 이렇게 투자하는 이들도 꽤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재테크가 이렇게 단순하면 얼마나 좋을까.

굳이 금융사 프라이빗뱅커(PB)나 자산가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요즘처럼 돈 모으고, 굴리기 어려운 때가 없다.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대에 불과하다. 4%대는 아예 사라졌고, 3%대 상품도 가물에 콩나듯 한다. 100억원 자산가도 정기예금에만 묻어 두면 1년 뒤, 세금을 제하고 받는 금액은 고작 2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물가상승률까지 따지면 사실상 가치는 그대로다. 이제 저축으로 재테크는 어렵다.

이 때문에 최소한 예금 금리보다는 조금 더 받는 곳에 투자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 대출받아 사두기만 해도 돈을 벌던 부동산 호황은 옛말이다.

주식이나 채권, 펀드에 투자하는 재테크에 고민해야 할 시점인데 투자상품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손실을 본 이들이라면 더욱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손실분을 만회하려면 대박이 하나쯤 나와줘야 하는 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방법은 없고 귀는 얇아지고 마음만 급하다. 해외투자가 인기라지만 환율변동에다 각국의 정치적 변수까지 두루 살펴야해 번거롭고 어렵다.

‘수익률은 낮고 투자할 곳은 없고 머리는 복잡하고’, 바야흐로 ‘재테크 우울증 시대’라 할만하다. 그러다보니 ‘일단 묻어놓고 보자’는 식으로 3년이상 정기예금에 묻어두는 이들이 10년래 최고라고 한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는 물론 집밖에 한발짝도 나가기 싫다. ‘재테크 우울증’ 역시 위험하다. 복잡하고 어렵다고 돈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우울해질수록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바람도 쐬야하듯 재테크도 좀더 알아보고 발로 뛰면 분명 길은 있다. 손품과 발품을 팔면 연말에 한달소득만큼 더 벌 수도 있다. 본인이 어렵다면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제자리 걸음이었지만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종목은 전체 상장사 중 20%에 이른다고 했다. 답답한 지수에 실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종목을 발굴한 이들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큰 욕심만 내지 않으면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알짜펀드’들도 있다. 약간의 리스크가 있지만 우량한 ‘중위험-중수익 상품’들도 많다. 국내가 답답하면 해외쪽도 괜찮다.

요즘 인기있는 영화 ‘역린’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정성을 다하라. 그러면 이뤄진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권남근 증권팀장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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