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홍길용기자의 화식열전] 삼성 후계구도 관전법
성공이란 뜻의 영어 ‘success’는 ‘sub, under’와 통하는 ‘suc-’와 ‘go’라는 의미의 어미 ‘-cess’가 합쳐진 말이다. ‘진행하다(undergo)’는 뜻을 품고 있기 때문에 ‘후계자’를 ‘succesor’라고 하고, ‘successive’를 ‘연속적인’이라고 해석한다. 결국 나라나 기업, 가문의 성공은 후계의 성공과 같은 셈이다.

역사적 증거도 충분하다. 고대 동서양 최고의 리더로 꼽히는 카이사르와 진시황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도 옥타비아누스와 호해(胡亥)라는 후계자의 자칠 차이다. 옥타비아누스는 아우구스투스로 불리며 ‘율리우스-클라우디스 황조’를 열지만, 호해는 재위 8년만에 나라를 망쳐버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건강 악화로 삼성의 후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언론까지 이 회장 소식을 대서특필하고, 12일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의 1, 2대 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주가가 급등한 것은 그 증거다.

그런데 후계에 있어 핵심은 적장자이냐, 또는 지분률 몇 퍼센트의 문제가 아니다. 실패한 호해는 진시황의 친아들이었지만, 성공한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의 양자였다. 높은 평가를 받는 조선의 임금 중에도 태종, 세종, 광해군, 영조 등은 적장자가 아니었다. 삼성만해도 이 회장은 고 이병철 창업주의 세째 아들이다. 후계자, 즉 성공자를 판가름하는 것은 핏줄이나 서열이 아니라 능력이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2대 주주이지만, 이 회장의 지분률까지 다 합해도 14~15%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주주 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며, 대부분의 주주들이 기관투자자들이다. 15%를 가진 대주주에게 경영권을 맡겼지만, 경영성과가 시원치 않다면 가만 놔둘 리 없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이끌어 온 힘은 15%의 지분이 아니라 경영성과였다. 이는 삼성생명이나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두 회사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가치만도 각각 15조원, 8조원이 넘지만, 시가총액은 각각 19조원과 10조원에 불과하다.

앞으로 삼성의 후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분계산이 아닌 경영능력 평가다. 삼성에서 ‘이건희’라는 리더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떤 지, 그리고 ‘이재용’이라는 후계자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가 어떠한 지다. 이 둘 간의 스프레드(spread)가 좁을 수록 후계의 성공도 가까워진다. 왕정이나 공화정이나 권력을 좌우하는 것은 국민이다. 기업의 운명도 결국 다수 주주가 결정한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