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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닫혀버린 ‘금융권 재취업의 門’
성장 둔화로 기존 인력마저 감축
재취업 성공 20%…네번째로 낮아
퇴직자 금융맨 복귀 가능성 희박



수년전 A금융회사에서 명예퇴직한 B(52)씨. 금융회사 문을 두드려봤지만 좀체 열리지 않았다. 성장 둔화로 신규 채용이 감소한데다 기존 직원도 정리하는 판에 재취업이 쉬울리 없었다. 금융권 퇴직자들은 사무직이나 관리직으로, 상당수는 청소ㆍ경비직으로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금융권 재취업의 문(門)이 닫혀지고 있다. 최근 성장 둔화로 기존 인력마저 감축하면서, 퇴직자가 다시 금융맨이 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경력단절자 등을 채용하며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에 보조를 맞췄던 금융회사. 하지만 수익성 악화 앞에서 이들은 정부 정책과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12일 이요행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의 ‘중장년층 남성 재취업자의 직종 이동 분석’에 따르면 전문대졸 이상 학력을 소지한 금융권 퇴직자 153명 중 31명(20.3%)이 금융권 재취업에 성공했다. 전체 23개 분석대상 직종 중 4번 째로 낮은 동종 업종 재취업 성공률이다. ▶표 참조

전문대졸 이상에서 같은 직종 재취업 성공률이 가장 높은 곳은 경비 및 청소 관련직(59.7%)으로 집계됐다. 이어 ▷건설 관련직 57.2% ▷관리직 53.0% ▷경영ㆍ회계ㆍ사무직 50.1% ▷교육 및 자연ㆍ사회과학 연구 관련직 45.7% 순이다. 고졸 이하 학력을 소지한 금융회사 퇴직자의 금융권 재취업률은 19.5%로 조사됐다.

이 분석은 노사발전재단과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에 등록해 재취업에 성공한 45세 이상 남성 1만15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금융회사 종사자들은 재직기간이 짧다”면서 “안그래도 활발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존 인력을 내보는데, 회사 입장에선 퇴직자를 다시 고용할 필요성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비 및 청소 관련직 재취업은 큰 폭의 상승곡선을 그렸다. 기존 이 직종 종사자의 재취업은 물론 다른 직종 종사자들이 대거 몰려든 탓이다.

전문대졸 이상에서 기존 2.7%가 경비 및 청소 관련직에 종사했다. 재취업한 결과를 분석해보니 이 직종 종사자 비중은 9.3%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고졸 이하에선 13.0%에서 23.2%로 증가했다. 저숙련 노동자가 되는 셈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재취업 시 학력과 무관하게 저숙련 직종으로 진입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동종 직종을 유지하게 하거나 고숙련 직종 전환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재취업을 위한 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 저숙련 분야로 이동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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