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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e수첩> 나라 망치는 관(官)피아 또는 관(官)토피아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 ‘관피아(관료+마피아)’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우리들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참혹한 결과를 가져 오면서 그 책임규명과 함께 연일 메스컴을 탄 때문입니다.

최근에 나온 그야말로 ‘생생’ 신조어지만 그 뿌리는 무지막대하게 깊고 큰 것이었습니다. 진작 공론화됐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그 숱한 후진적 대형 사고도 최대한 줄일 수 있었고 애꿎은 목숨을 잃지 않았을 터인데 말입니다.

관피아, 그러니까 퇴직관료로 유관기관에 고위직으로 재취업한 이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웬만한 이들, 특히 우리 사회에 먹물 좀 먹었다는 이들은 뻔히 아는 일입니다만, 12일 일부 조간에 나타난 것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지경입니다.

중앙부처 출신만 따져 관피아는 줄잡아 384명에 이른다는 겁니다. 17개 정부 부처에서 4급 이상 간부로 근무하다 공공기관, 공기업, 관련 협회 및 대학, 연구원 등에 재취업해 현직으로 활동 중인 인사만 이 정도랍니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관련 명단을 제출 받아 공개한 것인데 이런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물론 정부와 관료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곤두박질쳐진 상황에서 해당 부처들이 껄끄럽기 짝이 없는 이런 자료를 제대로 충실하게 제출했는지 적의 의심됩니다만 일단 믿어 보기로 합니다.

17개 부처 중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인 이른바 ‘산피아’가 64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하기야 일국의 산업과 통상 그리고 자원이라는 거대한 파이를 생각하면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산업만 따져도 크고 작은 기업과 그리고 사업영역은 막대합니다. 이런 곳의 온갖 규제를 움켜 쥔 부서가 바로 산업통산자원부 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토교통부가 각각 42명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만큼 큰 꿀떡에 떨어지는 떡고물까지 모두가 만만찮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해양수산부도 35명이나 됩니다. 세월호 사고에서 보듯 썩은 배를 들여와 과도한 시설 개조 및 증축, 그리고 과적 등의 문제에 덕지덕지 붙은 비리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게 해수부만의 얘기일까요. 나머지 부처를 보면 문화체육관광부 32명, 보건복지부 31명,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각각 27명, 법무부 24명, 교육부 15명, 안전행정부 12명, 통일부 11명 그 외 5개 부처 22명 순입니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중앙부처만 1단계 훑어낸 것일 뿐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권,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은 빠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노른자위 중의 노른자위는 빠져있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를 합치면 그 수는 관피아의 세계는 엄청나리라 짐작됩니다.

이들이 퇴직 후 재취업을 통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 더 나아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얼마나 이바지 할까요. 알만한 이들은 압니다. 퇴직 선배를 후배들이 지극정성으로 밀어주는 ‘전관예우’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무사통과 등 비리가 일상이 됩니다. 봐주기 관행 말입니다.

대다수가 그런 검은 책무를 조건으로 재취업을 하는 겁니다. 물론 더러는 업무상 큰 성과를 내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염치없는 자리놀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들이 주종인 것으로 거듭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민폐의 대명사나 다름없다는 겁니다. 민폐는 세월에 편승해 켜켜이 쌓이고 쌓여 적폐(積弊)로 가 됐습니다.

이 정도면 말 그대로 관피아들이 노닥거리는 세상, ‘관토피아’는 쉽게 상상이 될 겁니다. 늘 법이 문제입니다. 법을 만드는 이들도 이를 떡 주무르듯 하는 이들도 다 서민과 동떨어진 특수계층입니다. 최고급 품앗이꾼들이 따로 없습니다.

공무원윤리법에는 퇴직 공무원들이 업무 관련성이 있는 단체에 2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정부 업무를 위임받은 기관은 예외로 두고 있어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하는 법인 거죠.

이참에 재취업 금지를 10년 정도로 상향하되 반드시 실명으로 하거나 아예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제한 범위도 정부출연기관과 업무위탁기관까지 포함하고 기업 진출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합니다.

외국의 예를 볼까요. 미국은 공무원의 업무 성격에 따라 재취업을 영구제한하고 있고, 독일은 퇴직후 3년간 재취업을 금하되 규정을 위반할 경우 연금까지 박탈합니다. 이런 나라가 왜 선진국인지 이유를 알만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심이 임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국민담화 형식으로 다시 한번 세월호 사고에 대해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관피아 척결에 대한 고강도 의지를 천명할 것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왜 이리 공식 사과가 늦느냐며 문제를 삼지만 기자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결단, 그 강도이고 내용입니다.

이번에 박 대통령은 다시 나라를 세우겠다는 각오를 내놓고 또 직을 걸고라도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지금 세상이나 민심 돌아가는 판세로 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고, 또 반드시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야 나라도 살고 대통령도 살고 국민도 살 수 있습니다. 

/hchwang@hera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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