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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그림 잘 그리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
- 쌤소나이트 아트콜라보레이션 大賞 현보경 작가
한국 ‘입시미술’ 창의성 · 철학 부재
국가차원 충분한 예술가 지원 절실



“한국 미술학도들은 그림을 잘 그리기만 하는 것 같아요. 자유로운 예술 표현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데….”

세계적인 예술-산업 콜라보 경연행사, ‘2014 쌤소나이트 아트 콜라보레이션’에서 당당히 대상을 받은 서른살 현보경<사진>이 회화의 혁신과 창의성, 미술표현의 자유 컨셉트를 새로이 발전시킬 차세대 주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 경연에는 배병우, 이용백, 황주리 등 유명 아티스트가 참여해 매년 화제를 일으켰다. 올해는 신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진행했고 ‘당돌한’ 현보경이 최고상을 거머쥔 것이다. ‘조화(Harmony)’를 주제로 그린 현보경의 작품 ‘묶다’ 는 올 가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도 별도 부스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현재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유학중인 현보경은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학생들은 정말 잘 그린다. 문제는 정말 잘 그리기만 한다는 점이다. 문법에만 사로잡혀 자유로운 회화 구사력이 떨어지는 한국식 영어와 똑같다”며 고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나라에 존재하는 한국의 ‘입시미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창의성과 철학의 부재를 꼬집었다. 프랑스에서는 예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전문적인 배움없이 스스로 창작한 작품으로 입학 시험을 치르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입시 위주로 예술을 접하다 보니 안목과 창의성이 일정한 틀에 갇힌다는 것이다. 현보경은 자신도 한국에서 입시학원을 거쳐 미술대학과 대학원까지 졸업했는데, 프랑스에 유학을 와서 틀에 갇힌 ‘똥고집’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현보경의 미술 입문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5살때 스케치북에 그린 낙서같은 그림을 잡지 공모전에 출품시켜주시는 등 유아시절부터 그림은 가장 잘하고 제일 좋아하는 것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프랑스 유학과정에서는 타국에서 언어가 아닌 예술로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무한한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그 관계들을 때론 단단하게 묶고 싶어 하기도, 또 한순간 끊어내 버리고 싶어 하기도 하다”면서 자신의 작품 ‘묶다’에서 만물이 관계하는 방식이 어떤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관계속에서 나의 존재방식과 그 의미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소통을 꾀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예술인 양성환경에 대해서도 한마디 거들었다. 현보경은 “프랑스는 각 지역마다 예술학교가 있고 예술가들을 위한 아틀리에를 마련해 국가차원에서 충분한 지원을 해주며 학비도 매우 저렴하다”면서 예술발전에 정부의 후원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란 듯이 창작활동을 펼쳐 팍팍한 세상에 한줄기 소나기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아미 기자@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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