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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권대봉 고려대 교수> 국가 시스템과 교육ㆍ문화를 함께 바꿔야
국가를 개조하려면 국가 시스템과 교육ㆍ문화를 같이 바꿔야 한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과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의 교훈을 살리지 못해 2014년에 세월호 참사가 또 일어났다. 과거로부터의 적폐(積弊)가 원인이지만, 한국이 양적인 경제성장에 성공하였으나 질적인 선진문화 창달에 실패한 탓도 크다.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진적인 사회문화가 창달될 수 있도록 교육이 바뀌어야한다. 논어의 계씨(季氏)편에 나오는 “아홉 가지 생각(九思)”인 시사명(視思明), 청사총(聽思聰), 색사온(色思溫), 모사공(貌思恭), 사사경(事思敬), 의사문(疑思問), 분사난(忿思難), 그리고 견득사의(見得思義)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는 사회문화 현상을 교육자로서 반성해본다.

생각(思)이란 글자는 밭(田)에 있는 농작물을 살피는 농부의 마음(心)에서 유래되었다. 시사명(視思明)이란 사물이나 현상을 볼 때 분명하게 보려는 생각이다. 일본의 선령제한은 20년인데, 한국이 30년까지 늘려준 것이 화근이었다. 안전한 선령제한 기준을 분명하게 보았다면 기간을 늘려주지 않았을 것이고, 원천적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청사총(聽思聰)이란 한쪽 이야기만 듣지 말고 전체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려는 생각이다. 한쪽 이야기만 듣고 정책을 입안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듣기 좋은 말뿐만 아니라 쓴 소리도 귀담아 듣고 상황을 분명하게 보면 총명(聰明)하다고 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색사온(色思溫)이란 온화하게 얼굴색을 보이려는 생각이다. 온화한 얼굴을 보이려면 자기 수양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자기 수양을 하면 반사회적 행동을 자제할 수 있다. 학교뿐만 아니라 일터에서도 자기 수양을 위한 인문교양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모사공(貌思恭)이란 용모를 공손히 하려는 생각이다. 마음이 바로 서야 행동을 바르게 할 수 있고, 행동이 바르면 공손할 수 있다. 공손한 것이 몸속에 체화(體化)되면 기본을 지킬 수 있다. 기본을 체화시키는 안전교육을 학교와 일터에서 반복적으로 실시해야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언사충(言思忠)이란 온 마음을 다해 충심으로 말하려는 생각이다. 충심을 다해 말하려면 맡은 일에 정통해야 한다. 맡은 일에 정통하려면 현장 확인이 필수적이다. 책상 위로 전달되는 보고서에 의존하여 말을 하게 되면 실수할 가능성이 크다. 누구든지 말을 실수하면 신뢰를 받기 어렵다.

사사경(事思敬)이란 공경하는 마음으로 일하려는 생각이다. 교육자는 물론 모든 공직자와 기업인이 다함께 공경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일터문화를 만들고, 직업능력개발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사문(疑思問)이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의문을 가지려는 생각이다. 평소에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 공부를 해야 의문이 생기고, 의문이 생겨야 질문거리가 생겨서 시스템을 바꿀 수 있고 사람도 바꿀 수 있다.

분사난(忿思難)이란 지나치게 분노하게 되면 그것으로 인해 얻는 어려움이 오히려 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분노만 할 줄 알았지, 분노의 에너지를 생산적인 에너지로 바꿔 적폐를 청산할 수 있도록 교육하지 못했다.

견득사의(見得思義)란 얻을 것을 보면 옳은가 옳지 않는가를 따져보려는 생각이다. 기업의 목적을 단순하게 이윤창출이라고 학교에서 가르친 잘못이 크다. 고객의 행복에 기여한 결과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고 교육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석가탄신일인 지난 6일 조계사에서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국가 시스템을 개조하겠다고 밝혔다. 개조될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시스템을 운영하는 공직자는 물론 모든 국민이 생각을 바꿔야한다. 생각이 바뀌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이 바뀌어야 문화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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