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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 박철규> 실패와 재도전이 용인되는 사회
“어렵게 얻은 재기의 기회인데 실패를 되풀이 할 수는 없습니다. 내실을 다지면서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일전 한 재기기업인을 만났다. 그는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2000년 흡음단열재 제조업체를 설립, 기술력을 인정받아 창업 초기 매출이 크게 늘었으나 2005년 말 거래처 부도로 인한 자금난으로 폐업했다.

재기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신용불량 실패기업인에게 관심을 갖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중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재창업자금 지원으로 2011년 재창업의 기회를 얻었다. 이제는 종업원 10명에 3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모범적인 재기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의 창업환경에서 이런 성공스토리는 극히 예외적이고 특별한 경우다. 한번 실패한 기업인은 연대보증책임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경제적으로 각종 불이익은 물론 사회생활까지 곤란해진다.

기업의 실패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우선 기업가의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사장된다. 기업가의 경영 역량이 상당한 시간과 학습비용을 지출하는 과정에서 축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자산이 너무도 쉽게 사라지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손실은 ‘창업→성장→구조조정→재도약’으로 이어지는 기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깨지는 것이다. 2011년의 한 조사 결과 국내 창업환경에 대해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경쟁국 대비 ‘나쁜 편’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가 ‘실패에 대한 사회안전망 미약’으로 지적된 점은 창조와 혁신을 통해 성장해야 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원활한 재도전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첫째는 실패 및 재도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정직한 실패 기업인의 재기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중진공은 실패와 재도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을 위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재도전 컨퍼런스를 열고, 실패극복 경험과 재도전 성공사례를 발굴할 예정이다. 실패와 재도전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보다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는 재도전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시스템 구축이다. 현재 중진공을 중심으로 재창업자금의 지원 규모를 매년 확대하고, 연대보증 생략 등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금융권의 참여가 절실하다.

셋째는 재창업 과정에서의 도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직한 실패’와 ‘준비된 재창업’의 요건이 충족될 때 재도전 지원의 정당성이 유지될 수 있다. 정직한 실패에 반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 합리적인 선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끝으로 재도전의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일괄지원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힐링캠프, 신용관리교육, 창업사업화, 투ㆍ융자까지 재창업의 전全 과정에 걸쳐 필요한 부분을 연계해 일괄 지원하는 ’연계형 재창업제도‘의 운영이 필요하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실패의 두려움 없이 창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도록 ‘실패와 재도전이 용인되는 사회’를 만들때다.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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