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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틀 깬 편집숍엔…괴짜 마케터 · 신수요 있다
직원들 블로그 · 페이스북 직접 운영
신상품 홍보등 마케팅수단으로 자리

반팔 티셔츠 한장 20만원 넘어도
30대 초중반 남성의 新수요 창출

롯데百 편집숍매장 ‘아카이브’
현대百 ‘일라비타’ · 신세계 ‘4N5’
백화점의 새 블루오션 창출 기대



‘<근무 내용> 세일즈 스태프(만능을 원하지만 부족한 점은 배워가는 재미) <근무 시간> 어디서 근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용 <급여>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인 만큼 면접 후 협의....뽀샵 노!!! 사실적인 사진을 원해요. 가끔 깜짝깜짝 놀랄때가 있어요’

최근 한 블로그에 올라온 직원 채용 문구다. 딱딱한 사무적인 말투나 형식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친구들이 모여 재미난 일터를 만들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공고문이다. 하지만 반전은 이렇게 직원 채용에 나선 곳은 다름아닌 롯데백화점 편집샵 ‘아카이브<사진>’ 라는 점이다.

백화점이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놀이터’로 변모하고 있다. 소비여력은 있지만 그동안 백화점과는 거리가 멀었던 신(新) 소비층에 어필하기 위해 백화점이 ‘틀’ 깨기에 나서고 있다. 소비여력이 있는 소위 1% 마니아층을 겨냥한 곳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실험과 도전으로 미지의 세계를 창출하려는 곳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5층에 똬리를 튼 ‘아카이브’(ARCHIV) 매장은 여느 다른 편집샵과는 다르다. 기존에 전단지나 광고, 프로모션 등에 의존하던 홍보에서 벗어나 매장 직원들이 직접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 등을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엔 매장 컨셉트 만큼이나 자유분방함이 넘쳐난다. 직원들이 서로를 ‘크루’로 부르는가 하면, 서로 옷을 입혀주며 신상품 홍보도 재미나게 한다. 때로는 아카이브 단골고객들의 지원을 받아, 그들을 모델로 해서 신상품 촬영에 나서기도 한다. 블로그에는 여느 상업적인 기업들이 운영한다는 냄새(?)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재미난 그들만의 놀이터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샌프란시스코 마켓’ ‘스컬프’와 같이 웬만한 남성들은 소화하기 힘든 스타일의 남성 편집매장인 ‘아카이브’의 가격대도 상당한 수준이다. 반팔 티셔츠 한 장에 20만원, 일반 면 바지 한 벌에 20~30만원을 호가할 정도지만 ‘아카이브’만의 매력에 끌려 매장을 찾는 마니아층도 많이 생겼다. 소비여력은 있지만 워낙 개성이 강해 정형화된 틀의 백화점을 찾지 않았던 30대 초중반 남성의 신(新) 소비층을 만들어 낸 셈이다.

올해 초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엔 ‘일라비타’(I’Lavita)라는 편집숍이 문을 열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이탈리아 토탈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 의류와 잡화는 물론 생활용품, 식품까지 안 파는 것이 없다. 이탈리아 의류브랜드 ‘베아유크무이’, ‘알리지’와 수제 초콜릿 웨하스 ‘바비’, 프리미엄 스파게티 ‘미켈레 포르토게즈’ 등 총 21개 브랜드 중 13개는 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로 바이어들이 발품과 온갖 고생 끝에 ‘출생 신고’를 마쳤다.

특히 ‘일라비타’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줄곧 강조하고 있는 ‘실패와 도전 문화’의 상징적인 곳으로 통하기도 한다. 단위면적(㎡) 당 매출이 2700만원대로 국내 백화점 가운데 압도적 1위인 압구정점에 국내 소비자들에겐 생소한 이탈리아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신세계백화점 신관 4층과 본관 5층을 잇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컨템포러리 패션 전문관 ‘4N5’는 패션 고수들의 아지트로 통하기도 한다. 매장 인테리어도 뉴욕의 유명 백화점 ‘바니스’ 매장을 디자인한 제프리 허치슨이 맡아서 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얼마전 재개관한 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는 아예 매장 콘셉트 자체를 브랜드 구분이 없는 편집샵 형태로 바꿨다. 기존 백화점이 브랜드 위주의 쇼핑이었다면, 길거리를 지나가다 내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 쇼핑하는 듯한 재미를 준 것이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편집샵은 백화점 입장에선 일종의 모험으로 통하지만 그렇고 그런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쇼핑에 재미를 주고 신규 고객층을 창출하기 위해 모험을 강행하는 편집샵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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