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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부갈등-유족 항의-수신료 상정…안팎으로 시끄러운 KBS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자사 보도를 놓고 KBS의 내부갈등은 심화됐고, 김시곤 보도국장의 와전된 발언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분노를 키웠다. 이 와중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수신료 인상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자, “세월호 참사 상황에서 KBS에 대한 불신이 커진 때에 수신료 인상은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로 나라 전체가 비탄에 빠진 상황에서 앞서 지난 7일 KBS 사내망에 올라온 막내급 기자들의 ‘반성문’이 화제가 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적은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들은 '현장에 가지 않고 리포트를 만들었고, 매 맞는 것이 두려워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기사를 썼다', '대통령 방문 당시 혼란스러움과 분노를 다루지 않았다. 육성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처리된 대통령의 위로와 당부만 있었다'는 내용을 담으며 스스로의 보도를 참담해했다.

사측에선 자사의 세월호 보도에 대해 ‘국민의 아픔과 슬픔을 녹였다‘는 글을 사보에 실을 만큼 자화자찬했지만, 정작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각성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었다. 현장의 기자들은 반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간부들의 입장은 달랐다. 


 KBS의 한 간부는 사내 게시판에 “선동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막내기자들의 글은 반성이라기보다 비난”이라며 “기다렸다는 듯이 진보언론들이 수신료 현실화 상정과 궤를 같이해 대서특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월호 사건에 가슴 아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막내기자들의 글에 붙은 댓글을 보면, 마치 KBS가 구조의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것도 있다”며 “반성을 빌미로 다시 회사를 공격하고, 또 정권의 나팔수라는 올가미를 씌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40기 정도면 입사 1년차이다. 아직 더 많이 배우고 또 익혀야 한다. 팩트와 정황, 상황과 느낌을 냉정하게 구분하고, 취재기법도 더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원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반성문’을 빙자해 집단 반발하는 것부터 먼저 배우는 시대”라고 개탄했다. 내부갈등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이번 세월호 보도와 KBS 간부들의 언행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도 그리 곱지만은 않다. 앞서 지난 4일 한 미디어비평지는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측의 말을 인용, “보도국 간부가 회식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하며, 희생자 유가족들의 분노가 커졌다.

결국 세월호 침몰 사고 유족들이 8일 밤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해당 발언을 한 김시곤 보도국장의 파면과 사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KBS 측은 김시곤 보도국장의 교통사고 발언에 대해 “한 달에 교통사고로만 500명이 사망하는데 그동안 이런 문제에 둔감했는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를 해야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유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유가족 120여명은 이날 KBS 본관으로 향해 KBS 사장과 보도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고, 유족 대표 10여명은 진선미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5명의 중재로 오후 11시 35분께 건물로 들어갔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유족들은 이에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9일 오전 3시50분께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도착한 뒤 길을 막는 경찰과 밤새 대치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 이후 안팎으로 연일 시끄러운 상황에 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KBS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상정했다. 야당 측은 안건 상정에 반대해 불참했으며, 이를 두고 ’날치기 상정‘, ’세월호 물타기‘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은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월 4000원으로 올리는 것으로 지난 2월 여당 측 방통위원 3명 찬성, 야당 측 2명 반대로 통과됐다. 수신료 인상안이 미방위를 통과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미방위 의원 23명 중 야당 의원은 12명이다.

새정치연합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참사로 온 국민이 비탄에 잠긴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인상안 상정을 밀어붙였다”며 “여야 간사의 합의도 거치지 않고 상정하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 인상안은 국민에게 직접 부담금만 약 3600억원을 발생시키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특히 세월호 참사 상황에서 공영방송 KBS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수신료 인상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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