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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리빙-쇼핑] 풀내음 풀풀 나는 '친환경 웨딩드레스'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 대표
“서너 번 입고 버려지는 웨딩드레스가 1년에 17만벌이 넘어요. 그 옷들을 소각하면 이산화탄소 493만t이 발생하죠. 의미있고 아름다운 날에 입는 웨딩드레스가 환경을 파괴한다는게 아이러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경재<사진> 대지를 위한 바느질 대표는 친환경 웨딩드레스 대중화의 산 증인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도 친환경 웨딩드레스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지난 2005년, 이 대표는 아름다우면서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옥수수 전분을 소재로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었다. 이 대표가 대학원에서 ‘친환경 웨딩드레스 논문’을 쓸 때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스스로 연구하고 직접 바느질을 하면서 보낸 시간이 벌써 10년. 점차 석유계 합성소재를 대체하면서도 자연에서 생분해 되는 원단이나 친환경 예식 아이템의 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

지금은 쐐기풀이나 천연 한지, 한삼 모시같은 전통 소재는 물론이고, 누에에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고 만들어내는 윤리적 실크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소재의 친환경 드레스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웨딩드레스 뿐만 아니라 신부가 손에 드는 부케도 뿌리가 살아있는 다육 식물을 주로 활용한다. 결혼식에서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대표적인 아이템, 꽃 장식도 화분으로 대체했다. 하객에게 대접하는 음식도 친환경 메뉴로 정하고 예식 후 떠나는 신혼여행마저도 공정여행으로 이뤄지는 식이다. 친환경 웨딩드레스에서 시작한 에코 결혼식의 외연은 점차 확대됐다.


지난 2006년 9월, 이 대표가 만든 친환경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린 커플이 처음 탄생한 뒤 지금까지 200여 쌍의 부부가 친환경 드레스를 입고 이른바 ‘착한 결혼식’을 했다.

“초창기에는 환경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이 주로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찾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획일화된 결혼식을 지양하고 결혼의 진정한 의미와 합리성을 추구하는 젊은층에서 에코 결혼식이나 친환경 드레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젊은 층은 친환경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웨딩드레스에 관심이 높다. 레이스를 탈부착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드레스, 또는 원피스 위에 롱 스커드를 입으면 웨딩드레스로 변신하는 일명 원피스 드레스가 반응이 좋다. 가격도 원피스 드레스의 경우 60-70만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

“피로연 때문에 정장이나 한복을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돼 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요. 때문에 원피스 드레스만 구입하고 예식용으로 롱 스커드는 대여해서 입는 실속파 커플들이 늘고 있습니다.”

친환경 웨딩드레스의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친환경 드레스를 입었던 신부가 아이를 낳은 후에 ‘유ㆍ아동복도 친환경으로 만들어 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 2008년부터 오가닉 코튼과 천연 염색으로 이뤄진 배넷저고리 등 영유아 의류도 만들기 시작했다. 또 일회용 단체복을 많이 소비하는 대기업들과 연계해 친환경 유니폼 등도 제작, 판매했다.

“영국이나 미국의 대학에서는 윤리적인 패션을 가르치는 커리큘럼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요.  웨딩드레스에서 시작했지만, 의류 전반에 ‘친환경’을 적용해 이를 대중화 시키는 것이 앞으로 목표입니다.”

황유진 기자/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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