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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종양 수술마친 남아공 에릭 씨 “한국인들의 사랑에 감사해요”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얼굴도 모르는 한국인들의 따뜻한 온정이 나를 살렸습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중인 남아공인 에릭 자바(Eric Jevuㆍ44)씨. 8일 수술받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간신히 자리에 앉은 에릭 씨는 병원 관계자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남아프리카 자키클럽에서 경주마 전문 트레이너로 일하던 에릭 씨는 2010년 돈을 벌기 위해 부산경남경마공원에 왔다. 당시 노령의 부모님과 학교에 다니는 3명의 자녀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남아공에서의 수입보다 두배 가까운 250만원을 매달 송금하며 혼자서 대가족을 부양했다.
하지만, 에릭 씨는 올해 4월초 새벽 훈련을 마치고 갑자기 몸 구석구석이 깨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어지러움을 호소했을 때만 해도 모두들 몸살이거나 일반적인 두통으로 여겼다. 하지만, 병원 검사결과 에릭 씨의 머리에서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정확한 병명은 ‘뇌막 양성신생물’. 다른 곳으로 전이는 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머리에 물이 고이는 수두증 진단까지 받은 에릭 씨는 “즉시 종양을 제거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의사의 경고에 머릿속에 있는 6㎝ 크기의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수술비가 문제였다. 에릭 씨가 응급실에 실려와 쌓인 수술비와 치료비가 1000만원을 훌쩍 넘긴 것이다. 6명 대가족을 책임지던 생활비 송금은 이미 중단됐고 비싼 암 수술비와 장기 입원에 필요한 치료비 등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처럼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김병진 본부장을 비롯한 한국마사회 임직원은 물론 조교사, 마주, 기수까지 자발적으로 나서 사랑의 모금 운동을 펼쳐 10여일 만에 1200만원을 모았다. 특히, 백광열 조교사는 JBBA배 상금 전액을 기부했고 서울마주협회에서도 부산까지 내려와 성금을 기탁하는 열의를 보였다. 모아진 성금은 전액 에릭 씨에게 전해졌고 밀린 병원비와 그동안 밀린 가족들의 생활비로 보내졌다.

에릭 씨는 서투른 한국말로 감사함을 전했다. “얼굴도 모르는 한국인들의 따뜻한 온정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먼 나라 사람을 가족처럼 돌봐주고 병까지 고쳐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한국 사람들 평생 못 잊을 겁니다.”

감사하는 마음에 에릭 씨의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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