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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락가락 푸틴 발언…진의는?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푸틴이 눈을 깜박거리지 않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관한 한 그들의 전략적 목표에서 다소 물러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치 않는다.”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향적인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지지 발언을 두고 스탠다드뱅크의 티모쉬 애시 이코노미스트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한 말이다. 이 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디디에 부르칼테르 스위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25일 대선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단계”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 병력을 철수시키고 있다”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여파로 루블화 가치가 1.2% 오르고, 러시아 증시 지수인 미섹스(MICEX) 지수가 3.4% 급등해 6주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크림 사태 때도 서방이 푸틴에게 뒷통수를 맞았던 터라, 서방 언론은 푸틴의 진의를 두고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FT는 “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각 이후 푸틴의 4번째 공식 석상에서의 발언으로, 좀더 유화적인 접근을 하는 첫번째 신호”라면서도 “진짜로 우크라이나에서 긴장을 진정시키고자하는 바람인지, 서방의 더 강한 제재를 우려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일단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철군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 의심의 근거다. 백악관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ㆍNATO)는 위성이미지에선 러시아군의 어떤 변화도 관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나토 직원은 FT에 “그들이 병력을 철수한다는 말을 세번했는데, 세번 다 이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여전히 상당한 군력이 침공 태세로 배치돼있다”고 꼬집었다.

푸틴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당장의 내전은 피하고, 보다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총성 한발 울리지 않고 병합한 크림반도와 달리, 우크라이나 동부에선 친러-정부군 양편에서 이미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콘스탄틴 폰 에거트 러시아 정치분석가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번에는 무혈이 될 수 없다. 진짜 전쟁, 구식 전쟁이 될 것이고, 이는 푸틴이 원치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전 크렘린 외교 자문 세르게이 카라가노프는 “블랙스완(발생가능성이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이 날기 시작하면, 상황을 더이상 통제할 수 없다”며 “법과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점점 더 많은 집단들이 싸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전쟁 대신 푸틴은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러시아편에 유리한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모종의 활동을 하거나 차기 대통령에게 러시아 가스를 활용한 ‘당근’을 제시해, 나토나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묶어둘 수도 있다.

11일로 예정돼 있던 도네츠크주, 하리코프주, 루간스크주의 독립 찬반 주민투표도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러시아의 지지 없이 ‘OOO 인민공화국’식의 자치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림사태에서 처럼 주민투표 결과 찬성이 높게 나오고, 친러세력이 러시아에게 편입을 요청할 경우 푸틴은 마지못해 이를 승인하는 제스처를 취할 수도 있다. 이번 푸틴의 유화적 발언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주도권은 푸틴이 쥐고 있음을 다시한번 서방에 일깨운 것은 분명해 뵌다.

/jshan@heraldcorp.com



<푸틴의 오락가락 발언들>



“우크라이나에서 군사력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러시아 상원에 요청) - 2월말



“크림반도 철군명령 내렸다. 크림합병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대를 보낼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 3월4일



“크림 주민투표는 국제법 표준을 충실히 따른 것” - 3월16일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우크라이나로 크림을 양도한 건 당시 헌법을 위배한 것” -3월18일 크림 합병 조약에 서명하며.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한 러시아 병력 일부 철수 명령했다” - 3월31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



“우크라이나 대선은 합법적이지 않다. 현재 그 나라 대통령처럼” - 4월16일 연례 Q&A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한 군사적 압력은 중대한 범죄. 댓가 치를 것” -4월24일



“대선은 올바른 방향. 접경지대에서 병력 철수시켰다” - 5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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