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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다시 치고빠지기?…푸틴의 진실게임
우크라 대선 지지·軍철수 발언
서방선 “어떤 변화도 안보인다”
내전 회피 장기전 준비 해석도



“푸틴이 눈을 깜박거리지 않았다.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물러섰다고 생각치 않는다.”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향적인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지지 발언을 두고 스탠다드뱅크의 티모쉬 애시 이코노미스트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한 말이다.

이 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디디에 부르칼테르 스위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25일 대선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단계”,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 병력을 철수시키고 있다”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크림 사태 때도 서방이 푸틴에게 뒷통수를 맞았던 터라, 서방 언론은 푸틴의 진의를 두고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FT는 “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각 이후 푸틴의 4번째 공식 석상에서의 발언으로, 좀더 유화적인 접근을 하는 첫번째 신호”라면서도 “푸틴의 발언이 진심인지, 서방의 추가 제재를 우려한 위장용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일단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의 철군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 서방측 의심의 근거다. 백악관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ㆍNATO)는 위성이미지에선 러시아군의 어떤 변화도 관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나토 직원은 FT에 “그들이 병력을 철수한다는 말을 세번했는데, 세번 다 이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여전히 상당한 군력이 침공 태세로 배치돼있다”고 꼬집었다.

푸틴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내전을 피하고, 보다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총성 한발 울리지 않고 병합한 크림반도와 달리, 우크라이나 동부에선 친러-정부군 양편에서 이미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콘스탄틴 폰 에거트 러시아 정치분석가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번에는 무혈이 될 수 없다. 진짜 전쟁을 푸틴이 원치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피해가 큰 전쟁 대신 푸틴은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러시아편에 유리한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모종의 활동을 하거나, 차기 대통령에게 러시아 가스를 활용한 ‘당근’을 제시해, 나토나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묶어둘 가능성이 높다.

푸틴의 이날 발언으로 당장 11일로 예정돼 있던 도네츠크주, 하리코프주, 루간스크주의 독립 찬반 주민투표는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러시아의 지지 없이 ‘인민공화국’식의 자치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림사태에서 처럼 주민투표 결과 찬성이 높게 나오고, 친러세력이 러시아에게 편입을 요청할 경우 푸틴은 마지못해 이를 승인하는 제스처를 취할 수도 있다. 이번 푸틴의 유화적 발언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주도권은 푸틴이 쥐고 있음을 다시한번 서방에 일깨운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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