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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엎어진…이유있는 불신 · 큰 분노엔 확실한 답을…
“왜 우리가 이 슬픔 겪어야 하나”
“수습과정 늑장대응·잇단 부정부패
“국민들 좌절·허탈감 정부에 화살

“現시스템으론 같은 사고 반복
“사고원인 규명·책임자 엄벌 전제
“재난교육 등 전면 재검토 시급


세월호가 가져다 준 불신시대. 사회에 만연한 불신 풍조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자칫 치유 불가능한 분열로 이어질까 두렵다는 이들도 많다.

세월호 침몰은 우리에게 정부와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신을 안겨줬다. 세월호 사고 초기부터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고위 공직자들은 피해자 가족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으로 사회적 공분을 샀다.

수사기관과 언론도 신뢰를 잃었다. 유가족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사고 발생 전후 사진 등이 담긴 희생자의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에 인도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일부 언론사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며 오보를 내 실종자 가족의 아픈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희생자 가족들의 불신은 분명 ‘이유있는 불신’이다. 육지 코 앞에서 제대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구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재난 당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희생자 가족들의 이유있는 불신에 대해선 정부도 할말이 없을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아픔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사고 원인에 대한 명확한 규명, 철저한 조사, 책임자에 대한 엄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우리 사회에 이유없는 불신, 조장하는 불신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희생자들을 김주열, 박종철에 빗대 정치적 선동을 하는 전교조, 남의 아픔을 교묘히 활용해 더 큰 아픔을 조장하는 일베 등 일부 사이트 댓글들은 분명 우리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명확한 규명, 책임자 엄벌이 전제돼야=불신이 낳은 우리 시대상은 참담하다. 전남 진도군의 한 시민은 “모두 구조했다는 최초 보도 이후 아픔과 실망만 더해갔다”고 했다. 시민들은 세월호 사고에서 선원과 해경 등의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대응을 지켜보며, 책임자의 말은 믿을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 이달 2일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 당시 승객들은 안내방송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문을 열고 차량에서 탈출했다. 뒤늦게 나온 안내방송에서 “밖으로 나오지 말고 대기하라”고 했지만 승객들은 사고 20여분 만에 선로를 따라 모두 대피했다.

이처럼 정부가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공직사회가 형식주의, 권위주의, 책임 떠넘기기 등에 젖어 국민 안전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뒤늦었지만 이번 세월호로 인한 불신시대를 치유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고 원인에 대한 명확한 규명과 책임자 엄벌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특히 솜방망이 처벌로 두루뭉술하게 또 넘어가선 제2세월호는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사회학 교수는 “ ‘ 책임있는 곳에 책임을 지우는’ 명확한 개념을 이번에 세워야 분노의 출발점을 껴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분노의 크기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우려한다. “세월호가 치유불가능한 분열로 가기 전에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황윤원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재난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대처가 미흡해 단순히 슬픔을 느끼는 것에서 ‘왜 우리가 이 슬픔을 겪어야 하나’로 감정이 바뀌었다”며 “이 과정에서 민관유착, 부정비리 등이 드러나 분노의 화살이 정부로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정부의 늑장 대응에다 대통령의 국민감정 소통 부족, 부정부패 사고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분노까지 겹치면서 불만이 커졌다”며 “더 나아가 좌절, 허탈감에 빠지면서 ‘국가는 믿을 것이 못된다’라는 생각까지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고가 난 이후 정부의 허술한 대응은 개인들이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 불신이 커졌다”고 했다.

▶큰 분노에 대응하는 사과 등 확실한 대처 필요=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체계적인 훈련과 재난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며 “재난교육, 지휘명령체제 등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영섭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에도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재난 상황을 가정한 모의 훈련을 한번이라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재검토에 국민과 정부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시각도 뒤따른다. 황 교수는 “실종자 시신 수습에 최선을 다한 뒤 국민 여론을 수렴해 총체적으로 국가운영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이때 정부가 혼자 하지 말고 민간도 참여하는 관민 합동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원장은 “분노의 단계를 넘어 정부를 못믿는 절망과 허탈의 단계가 오면 국가 공동체의식이 완전히 소멸될 우려가 크다”며 “큰 분노에 대응하는 사과 등 정부가 확실한 대처가 필요하며 여야를 막론하고 초월해서 국민 감정 치유에 같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민상식ㆍ안성미 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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