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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문창진> 한국은 안전사고에서 ‘복불복 사회’ 다
도망친 선장…허술한 대처능력…
씻을 수 없는 안전후진국 불명예
사고책임 엄중하게 물어야 할것
총체적 문제점도 낱낱이 밝혀야



지난 2월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바다에서 대형참사가 터졌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300명이 넘는 인명이 희생됐고 온 국민이 충격과 비탄에 빠졌다. 그동안 해난사고가 수차례 있었지만 이번 사고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어이가 없고 경악스러울 뿐이다. 같은 달 25일 선상화재가 발생한 스페인 여객선의 승객들이 선장과 선원의 침착한 대처로 전원 구조된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사고 초기에는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제일 먼저 도망친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더니 이제는 구조현장에서 허술하고 부적절하게 대처한 정부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렇게 일하는 정부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안전사고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진다. 선진국은 대처를 잘해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반면 후진국은 대처를 잘 못해 피해를 키운다. 그래서 안전사고 관리는 한 나라의 발전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세월호의 대형참사로 한국은 씻을 수 없는 안전 후진국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필자는 이번 참사를 경험하면서 큰 충격과 함께 ‘한국사회가 과연 공정한 사회인가’라는 의문에 빠졌다. ‘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에 따르면 사고의 확률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배분돼 있다고 한다. 이 가설은 모든 사람들이 ‘유사한 사고에 대해 유사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사고대응체계가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통할 수 있는 가설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승객들은 스페인에서처럼 좋은 선장을 만나면 살지만, 나쁜 배와 나쁜 선장을 만나면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된다. 한 마디로 어떤 배를 탔느냐, 어떤 선장을 만났느냐, 어떤 구조팀이 출동했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점에서 단언컨대 한국 사회는 안전사고에 관한 한 ‘공정한 사회’가 아닌 ‘복불복 사회’다.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선장, 선원, 해운회사에게 있다. 당연히 이들에게 사고의 책임을 매우 엄중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고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총체적 문제점들을 낱낱이 밝혀내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기관의 지도 감독 부실과 업계의 비리를 척결하되, 결코 일회성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운행사고의 위험은 선박 뿐 아니라 항공, 열차, 지하철, 버스 등 곳곳에 숨어 있다. 대형 참사가 다른 곳에서 또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안전사고와 관련된 부조리에 대한 상시 점검과 감시가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안전관리능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구조적 비리와 부조리를 차단하고 안전관리조직을 신설한다 해도 사고발생시 대응능력이 허술하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사고대응 매뉴얼은 있으나 작동은 없다’는 지적은 정말 맞는 말이다. 사고대응이 매뉴얼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안전교육과 훈련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엄히 처벌해야 한다. 또한 안전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점검 시스템을 철저히 가동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해소하지 않으면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안전관리체계가 확립될 때까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격언이 있지만, 안전에 관해서는 지나친 것이 모자라는 것보다 훨씬 낫다.

문창진 차의과대학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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