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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졸속 시리즈’ 보는 듯한 세월호 대책
정부는 7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해사안전감독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해사안전법 개정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해양수산부 등에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감독관을 두어 선박과 사업장의 안전관리 상태를 지도·감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후 지도·점검에 치우친 기존 해양사고 안전관를 예방적 체계로 전환,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인재(人災)를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세월호 사고와 관계없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지난달 29일 해사안전감독관제를 골자로 한 개정 해사안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더군다나 이 법안의 감독 대상은 외항선박과 화물선이다. 해수부는 이에따라 이른 시일안에 해운법을 개정해 여객선 안전감독관제 도입을 별도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에 이미 도입하기로 한 제도를 마치 새것인 양 포장하는 전시성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안전 무능을 질책하는 매서운 여론을 무마해 보려는 ‘꼼수’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불쑥 내놓은 방안은 가히 ‘졸속 시리즈’라 불릴 만하다. 정홍원 총리는 100여명의 실종자가 아직 차디 찬 바다 속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27일 덜컥 사퇴를 밝혔다. 온 몸을 던져 수습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시한부 총리를 자처하다보니 관료에게는 영(令)이 안서고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철저히 불신을 당하는 꼴이 됐다. 정 총리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해 즉시 지원돼야 할 긴급생계안정자금은 아직도 미지급 상태다. 지급 규모도 4인 가족 기준으로 두 달에 300만원 안팎에 불과해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각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에게 사과했지만 진정성 논란을 낳으며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또 재난 대책의 컨트롤타워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했지만 섣부른 대안이라는 지적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꼽씹으며 ‘안전 대한민국’의 근간을 만드는데 국가의 모든 역량을 쏟으려 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해 조직을 신설하고 새로운 자리 하나 더 만든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경험칙이다. 가뜩이나 ‘관피아’의 적폐가 참사의 근인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는 마당이다. 관료들의 ’셀프개혁‘은 일만 그릇칠 뿐이다. 신망이 두터운 민간 인사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의 독립기구가 해법을 도출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적 신뢰를 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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