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월호 침몰] “예쁘게 해야 아이가 돌아온대”…실종자 가족의 ‘간절한 단장’
팽목항 봉사미용실 50명 다녀가…식사량 늘고 부쩍 기운 차려
그리움 담은 편지 문옆 가득…혹시나 희생자 유실 될까 애간장


8일 어버이날. 실종자 가족에겐 가슴 저미는 날. 여전히 알 수 없는 아이
소식에 실종자 가족의 애간장은 더욱 타들어가고 있다. 이미 지칠대로 지
쳤다. 이런 가운데 진도 팽목항에 나흘째 차려진 이미용 부스(미용실)에
는 지난 6일~7일 이틀간 50여명의 손님이 다녀갔다. 손님의 대부분은 세
월호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이다. 물론 치장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이
부스를 차린 자원봉사자들은“ 처음 봉사를 꾸릴 때만해도 설마 가족분들
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예쁘게 꾸미고 있어야 아이들이 돌
아온다’는 말을 들으셨는지 부쩍 미용실을 찾는 가족이 늘었다”고 했다.

8일 현재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에 남겨진 가족 수는 이제 50여 명. 여전히 지쳐있지만 가족들은 처음보다는 기운을 차린 모습이다. 가족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자원봉사자들 역시 “처음보다 가족들의 식사량이 늘었다”며 “음식을 갖고 체육관에 들어가면 예전에는 한두명만 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10명이 먹기도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의료 지원을 위해 체육관에 온 의사와 약사들도 “체육관을 돌아다니다보면 이제는 필요한 약을 직접 요청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비어가는 체육관 내부.

하지만 기운을 차렸다고 해서 가족을 찾기 위한 간절함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희생자가 발견되면 ‘혹시 내 가족이 아닐까’하는 초조함으로 체육관에 설치된 스크린을 바라본다. 최근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희생자의 신체적 특징 표기 방식을 바꾼 것도 이같은 상황 때문이다. 기존 체육관 스크린에는 새롭게 희생자가 발견되면 ‘신장 165㎝’와 같이 명확한 키를 표시했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는 ‘신장 160㎝~165㎝’ 같이 좀 더 넓은 범위로 표기하도록 바꿨다. 사후 경직이 오면 본래 신장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데, 아이의 키가 스크린에 표시된 것과 다르다는 가족들의 항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 23일째 체육관을 가득 메우던 실종자 가족들이 희생자 가족이 돼 떠나면서 남겨진 가족들의 초조함과 예민함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을 맞이하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꾹꾹 눌러담은 편지들도 체육관 문 옆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학원에 보내달라던 말이 마음에 맺힌다”며 손녀에게 보낸 편지, “힘든 곳에 있지 말고 돌아오라”며 딸에게 쓴 엄마의 편지 등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 있다.

한편 시신 훼손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달 말부터 일부 희생자 신체가 훼손된 채 발견되면서 부모들의 충격이 큰 상황. 한길로 서울법의학연구소 소장은 “물 속에서 시신이 부패될 경우 2일~3일만 지나도 전문가들이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의 부패가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유류품과 일부 희생자가 먼 바다에서 발견되면서 시신 유실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국립해양조사원이 혹시 있을지 모를 시신 유실에 대비해 이동방향과 거리를 예측하기 위해 투입한 ‘표류부이’가 40㎞나 떨어진 추자도 인근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5일에는 12㎞ 떨어진 관매도에서 구명동의함이 발견되는 등 유실물이 발견되는 지점도 점차 멀어지고 있다.

해경은 희생자 유실방지 전담반을 꾸리고 저인망과 안강망을 설치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뒤늦은 대응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현재 35명의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가족들은 매일 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새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조카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며 직장에 한달 휴가를 냈다는 나모(65) 씨는 “정말 예뻐하던 아이였다”며 “날씨가 갑자기 궂어졌다고 하지만, 이제 몇 명 남지도 않았는 데 제발 돌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도=서지혜·박혜림·이수민 기자 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