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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마지막까지…우리편이었던…”
단원고 故이해봉 선생님 추모식
“선생님은 늘 저희들 편이었어요.”

지난 7일 오후 9시 경기도 안산 고잔동 소재 안산고대병원 지하 1층 장례식장. 이날 가족과 동료교사, 대학동문, 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단원고등학교 역사 교사 고(故) 이해봉(33) 선생님의 추모식이 열렸다.

이해봉 선생님은 사고 당시 난간에 매달린 제자 10여명을 탈출시키고 안에 갇힌 제자들을 꺼내려고 다시 배에 들어갔다가 끝내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시신은 지난 5일 수습됐다. 사고 발생 20일 만이다. 이날 추모식은 삶의 마지막까지 학생들의 편이었던 젊은 스승을 기리는 앳된 학생들의 서러운 울음으로 가득차고 말았다. 이 선생님은 중학교 때부터 역사 교사가 꿈이었다. 전라남도 여수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원광대학교 역사교육학과에 진학했다. 대학교 1학년 때 부친상을 당했지만 졸업 후 1년 6개월만에 임용고시에 합격, 꿈을 이뤘다.

이 선생님은 첫 부임지인 안산 고잔고등학교에서 5년간 근무했다. 그리고 올해 2월 단원고로 옮긴 뒤 두 달만에 사고를 당했다. 그래서인지 이날 추모식엔 단원고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의 첫 제자인 고잔고 학생들도 많이 참석했다. 단원고 교복이든 고잔고 교복이든, 제자들 눈은 하나 같이 퉁퉁 불어 있었다.

고잔고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학생들이 하고 싶은 건 웬만하면 다 하게 해주셨다. 선생님은 언제나 우리들의 편이셨다”고 울먹였다. 2학년 남학생도 “선생님은 학생들에 대해 나쁜 생각을 하나도 안 가진 분 같았다”고 추억했다. “저희랑 게임도 하고 친구처럼 지내셨어요. 너무 정 많은 분이었는데. 추모식에도 누가 오라고 해서 온 게 아니에요. 당연히 와야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추모식은 동료교사와 친구, 학생들이 추도문을 읽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추도문이 울려 퍼질 때 학생들은 힘 없이 꺾인 고개를 들지 못했고, 어른들은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해 흐느꼈다.

“우리 선생님, 우리 막내아들, 우리 동료, 우리 스승, 이해봉 선생님.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곳에 가서 웃으면서 지내시길 바랍니다.”

추모식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추모식이 끝나갈 무렵 안산시 하늘에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도 선생님의 희생을 아파했다.

안산=이지웅ㆍ손수용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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