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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캠핑장비 과시욕…'힐링' 보다는 '킬링'

#직장인 김태곤(가명)씨는 지난 여름휴가를 아이들과 캠핑을 하기로 하면서  캠핑장비 일체를 구입했다. 그는 주로 마트에서 판매하는 저가형 제품을 구매했다. 평소 가격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합리적 소비를 고집하던 김씨. 막상 캠핑장을 다녀온 후 밀려오는 건 후회였다.

김씨는 “무리해서라도 유명한 브랜드의 장비를 사는 게 옳았다”며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캠핑장의 고가 텐트를 보면 어깨가 처지고 지인들조차 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우리나라의 '캠핑붐'은 불가사의에 가깝다. 경제 불황 속에 캠핑산업만큼은 3년째 성장세다. 캠핑장 비용이 1만~3만원 수준으로 펜션이나 호텔에 비교하면 저렴한 비용에 가족들과 자연에서 생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처음 장비를 세팅 하는데 들어가는 목돈이다. 이같은 성장세가 동일 품질에 가격만 높게 판매하는 몇몇 브랜드의 고가 마케팅을 주축으로 펼쳐진다는 데 있다.

특히 캠핑 성수기라 할 수 있는 지난해 8월 서울YWCA는 ‘캠핑용품 가격과 소비자 인식’ 보고서를 내놨다. 화두는 국가별로 차이를 보인 제품의 가격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호주, 일본 4개국에서 팔리는 10개 제품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19%, 호주보다 35%, 일본보다 무려 37% 비쌌다. 특히 일본 브랜드 스노우피크의 일부 텐트는 국내 평균 가격이 148만원인 반면, 일본에서는 77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강원도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A씨는 “캠핑장 안에 들어찬 텐트의 값을 모두 합하면 수억원은 될 것”이라며 “캠핑이 대중화되는 분위기는 좋지만 과시욕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싸지만 잘 팔리는 이상한 구조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 캠핑브랜드 제품의 구매 기준이 실용적인 면보다 브랜드 인지도에 치우쳐 있다는 얘기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해국교수는 “우월감, 집단소속감 등을 품은 소비층의 동조현상이 캠핑·아웃도어 붐을 타고 경쟁적인 제품 구매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캠핑용품의 성능이 가격과 비례하지 않다는 발표가 잇따른다. 하지만 캠핑장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가격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은 더욱 제한적이다.

캠핑 브랜드 프라도 권영일 본부장은 “상당수 업체들이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품질경쟁이 아닌 브랜드 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프라도는 5월 한달간 국내 최초로 한정수량 '반값텐트‘를 기획해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캠핑용품의 품질을 꼼꼼히 비교하고 골라보는 것 만으로도 장비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고 캠핑이 더 즐거워진다”고 덧붙였다.

캠핑 칼럼니스트 신혁진씨는 “캠핑에서 텐트의 가격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속물주의'다. 캠핑은 누구에게나 훌륭한 자연 교육 아이템이 될 수 있다. 텐트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돌을 괴는지에 따라 마음을 여는 폭과 마음에 담는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환 기자/lee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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