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생존자가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배가 기울고 있는 데도 많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선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학생들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는 안내방송을 믿고 따르다가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지고 말았다. 그 사이 선장과 승무원들은 업무용 무전기로 서로 교신하면서 선원 전용 통로로 빠져나갔다. 결국 이번 침몰사건에서 많은 학생들은 선사측의 지시에 ‘복종’함으로써 죽음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
많은 중국 언론들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이 ‘복종문화’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배 안에 남아있으라는 지시를 따른 학생들은 숨졌거나 실종된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살아남았다면서 이같이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과 유교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도 세월호 참사를 통해 건강하지 않은 ‘복종문화’를 되짚어보면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에서도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어른이나 선배들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현상은 드문 일은 아니다. 중국의 한 유치원에서 원생들의 ‘감기 결석’을 줄이기 위해 약물을 투약해오다가 적발된 사건은 전형적인 ‘복종문화’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최근 산시(山西)성 시안(西安)에 있는 한 유치원이 돈벌이 목적으로 멀쩡한 어린 유치원생에게 ‘빙두링(病毒靈)’으로 불리는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장기간 복용시켜 건강을 해친 사건이 드러났다. 유치원 측은 원생들이 감기에 걸려 결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지른 것. 중국의 유치원은 아이들이 3일 결석하면 급식비를 환급하고 10일 이상 결석하면 유치원 비를 환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유치원도 ‘선생님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착한 아이’라고 가르친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에는 거의 무조건 따르고 질문도 하지않는다. 그런 아이들에게 유치원 측은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똑똑해지는 콩’이라고 속여 먹였다. 아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두통, 다리통, 복통, 그리고 가려움증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한국의 부모들은 “이제 어떻게 자신들의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예전같이 어른이나 선배의 지도나 지시를 받아들이도록 해야할 지, 아니면 자기의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한다고 가르쳐야 할 지 판단이 서지않는다”고 반문한다.
한국의 ‘복종문화’가 절대 무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이 정한 표준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전통이 뿌리깊은 한국사회에선 복종에 대한 의문이나 도전이 별로 없다. 여기에는 한국 특유의 군사문화적 색깔도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복종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저항한다’는 것과는 같지 않다. ‘복종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독립적인 사고와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징비후환(懲毖後患)’이란 말이 있다. 지난 일을 경계삼아 뒷 근심을 막아야한다는 뜻이다. 우리 스스로 냉철한 분석과 자기반성을 통해 중국인들도 지적하는 ‘건강하지 않은 복종’ 현상을 이제는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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