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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먹는 30대 직장인 2주동안 신체 변화량 봤더니…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이렇게 먹다가는 제 명에 못 죽어요.”

2주 동안의 실험(?)이 끝나고 만난 김순배 서울 아산병원 신장내과 교수의 말이다. 소변검사, 피검사 등의 결과 값과 기자가 보여준 2주간의 식단을 보고 나서다. 몸무게는 2주전보다 2㎏이 늘어났고 1㎝의 허리가 더 생겼다.

소변내 염도는 일반인 평균의 약 1.6배였으며, 소변내 단백질량도 일반인 평균의 1.35배다. 수면시간 하루 5시간에, 짜고 매운걸 좋아하고 고기만 찾는 식습관을 가진 30대 중반의 직장인인 기자. 부서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더 짜게’, ‘더 자극적으로’ 먹어댔을 지도 모를 일이다.

김 교수는 허리둘레를 재느라 웃음보가 터진 기자에게 힘주어 말한다. “이런 식습관은 신부전증, 심부전증, 고혈압의 유병률을 높입니다. 빨리 고치지 않으면 80세 수명 보장 못합니다 ”라고. “오래 살지못한다”는 김교수의 말은 기자의 머릿속에 어느 순간 무겁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체험에 나선 건 4월 초순이었다. 손미정 기자는 ‘저염식’ 본 기자는 ‘평소처럼’이었다.

본지 박병국<왼쪽> 기자가 저염식 비교 체험에 앞서 서울아산병원에서 허리둘레를 재고있다.

“비교군이 되려면, 더 많이 먹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냥 먹던대로 먹으라”는 말이 돌아왔다. “충분히 자극적으로 먹고 있을테니, 그 변화값을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라는 말과 함께.

이리하여 ‘평소처럼 먹기’라는 다소 당황스러운 실험은 시작이 됐다. 식단과 칼로리량, 나트륨을 기록하고, 평소처럼 ‘막’먹으면 내 할일은 끝나는 것이었다.

2주동안 기록된 아침 식단은 초코파이, 컵라면, 김밥 중의 하나였다. 원칙은 하나다. 눈에 있으면 먹고 눈에 없으면 안먹는 것. 냉장고에 컵라면만 있으면 컵라면으로, 초코파이만 있으면 초코파이로, 둘다있으면 둘다 먹는 것이다.

점심은 아침보다 화려하다. 2주동안 4번에 걸쳐 보쌈 등이 포함된 한정식, 간장게장ㆍ낙지볶음(2회) 태국음식 코스요리 등을 먹었다. 여러사람이 함께 있으니 술은 필수. 한정식을 먹을 땐 막걸리가 곁들어지고 이국음식을 먹을 땐 맥주가, 그 외 음식엔 반주 한두잔이 함께한다.

혼자 먹을 땐 닭칼국수, 순대국밥, 제육덮밥이 주 메뉴가 된다. 공통점 하나, 혼자먹을 때나 함께 먹을 때나 고기를 놓치는 일은 없다.

저녁은 맘놓고 먹는다. 시간제한도 없고 양의 제한도 없다. 옮겨다니면서 먹고, 먹었던 걸 또 먹는다. 삼겹살, 양꼬치, 피자ㆍ후라이드치킨 등이 저녁 식단이 됐다. 수습기자들이 처음 회사에 들어와 객으로 초대돼 간 저녁, 3명이 앉은 우리 테이블은 8인분의 삼겹살을 시켰고 삼겹살이 지겨워지자 냉면을 시켜 고기를 싸 먹었다.

팀동료들과 축구연습이 있던 그날은 연습하는데는 20분을, 먹는데는 두시간을 썼다. 5명의 장정은 삼겹살 12인분과 칼국수 2인분을 해치웠다. 어떤날에는 장례식장에 들러 돼지고기 수육을 먹었으며, 밖으로 나와서는 선배들과 함께 양꼬치 집으로 향했다.반주와 함께 양꼬치를 10여개 정도 혼자서 해치웠다.

그렇게 2주를 보냈다. 몸무게는 2주전보다 2㎏이 더 찐 81㎏이었으며, 허리둘레는 1㎝ 가 더 늘어난 91㎝이었다.소변내 염도 역시 210mmol , 2주전보다 2mmol 증가했다. 증가한 수치는 중요한게 아니었다. 일반인 평균인 130mmol보다도 상당히 높은 상황이며, 저염식 평균인 80mmol보다는 약 2.6배 높다. 14일간의 실험동안 본기자가 먹은 1일 평균 나트륨량은 5221 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권장량 2000mg, 우리나라 1인 하루 나트륨 섭취량 4831mg를 가뿐히 넘어섰다.

소변내 단백질을 나타내는 단백질 지표(Urine urea nitrogen)는 1300mg/dL로 2주전인 1255mg/dL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80kg의 일반인 평균 960mg/dL보다 훨씬 더 높은 상태다. 고기를 좋아하는 식습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김 교수는 “짧은 2주동안 불규칙적이고 짜게 먹는 식습관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무리가있지만, 이미 안좋은 식습관으로 소변내 염도나 소변내 단백질 함유량이 상당히 높은 상태”라면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렇게 먹다가는 제 명대로 못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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