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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에 전한 ‘과학 한류’… KERI 류홍제 박사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제 강의를 들으러 2000km 이상 떨어진 도시에서 달려 온 교수님들이 있었을 정도죠”

국책연구기관 연구자가 안식월 휴가를 이용해 아프리카에 한국의 과학기술을 전파하고 돌아왔다. 과학계 안식월 활용의 바람직한 사례로 눈길을 끈다.

한국전기연구원(원장 김호용) 전기추진연구본부 류홍제 박사(책임연구원)은 지난 3월 3일부터 2달간 안식월을 이용해 에피오피아 아다마 과학기술대학교(Adama Science& Technology UniversityㆍASTU)에서 단기 초빙교수 신분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최근 귀국했다.


ASTU는 에피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동남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아다마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에티오피아 최초의 국립 과학기술대학교이자 에티오피아 두번째 규모(교수진 1000여명, 학생 2만여명)로서 한국의 카이스트와 유사한 형태다. 그러나 전체 교수진 중 박사학위 소지자가 5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교수진의 수준이 높지 않고 교육여건도 열악하다.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하에 선진국의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류홍제 박사는 한국전기연구원(KERI)에서 근무하는 동안 여러 나라를 출장 방문하면서 낙후된 국가에서 봉사나 교육과 같은 보람있고 뜻깊은 일들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해 왔다. 그러던 차에 2년전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를 통해 인연이 닿았다. UST로부터 ASTU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고, 안식월 휴가를 이용해 멀리 아프리카로 교육봉사를 오게 된 것이다.

류 박사는 한국전기연구원에서의 연구경험을 통해 습득한 선진 전기기술을 ASTU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에티오피아 기술 개발 계획 수립 등의 자문을 수행했다. 교육은 안식월(2개월) 기간 동안이라는 제약조건 때문에 한학기 3학점 강좌를 2개월 강좌로 압축해 수행했다.

과목은 전공 분야인 전력전자(Power Electronics) 및 모터 드라이브(Motor Drives) 관련 두 과목. 에티오피아 전역의 기술대학 교수들의 재교육을 목적으로 개설된 대학원 과정수업이었다. 류 박사의 강좌는 선진기술 교육에 목마른 현지 학생 및 교수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수강하기 위해 멀게는 2000km 이상 떨어진 도시에서 방문하여 ASTU에 상주하는 교수들도 있었을 정도로 수강자들의 학구열도 높았다.

수강자들의 선진교육에 대한 뜨거운 학업열기와 학구열을 나타내주는 또 다른 일화 하나. 대학원생들의 경우, 중간 고사 및 학기말 고사 시험은 수업 시간과 별도로 자신들이 할애해서 치룰 테니, 한시간이라도 많은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할 정도였다고 한다.

류 박사는 강의를 수행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으로 낙후된 교육인프라를 꼽았다. “하루에도 여러번씩 정전이 일어나기 때문에 파워포인트로 수업하는 도중에 정전이 발생하면, 일일이 화이트 보드에 필기해야 하는 어려움도 종종 발생하고 강의교재의 확보나 강의자료 복사 등의 기본적인 강의 환경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석사학위자 출신인 이곳 교수들의 자질이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까닭에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배우고자 하는 열의와 학생들의 지적 학습능력이 있더라도 선진 학문을 가르쳐 줄 지식있는 교수요원이 없기 때문에 이 학생들에게는 효율적인 선진지식 습득의 기회가 매우 제약적입니다.”

류 박사는 향후 포부에 대해 “에티오피아의 우수한 교직원을 UST 박사과정생으로 뽑아 선진교육을 경험하게 하고 귀국시켜 에티오피아 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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