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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과 삶이 일치하는 작가 장욱진..양주에 미술관 생겼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나는 심플하다!” 화가 장욱진(1917~1990)이 생전에 즐겨 한 말이다.

일평생 심플한 삶을 추구한 장욱진은 그림과 삶이 일치하는 화가다. 작품을 보면 그의 삶이 어떠했을지 너끈히 짐작할 수 있다.큰 욕심없이 살며, 대작보다는 작고 탄탄한 그림들을 남긴 그의 작품은 한결같이 밀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장욱진의 그림을 똑닮은 미술관이 경기도 양주에 생겼다. 양주시는 장흥면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을 지난 29일 개관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풍류가객’으로 나무와 집, 새와 가족을 단순하면서도 푸근하게 그렸던 장욱진의 대표작 60여점이 미술관 개관을 기념해 선보여지고 있다. 개관전의 타이틀도 일체의 수식어 없이 ‘장욱진' 이름 석자로 정했다.

개관전에는 그의 대표작 ‘자화상’을 비롯해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유화들이 엄선됐다. ‘장욱진 명작 60선’이라 해도 무방하다. 또 유족이 기증한 소장품을 선보이는 기증소장품전, 건축자료전, 유품 전시코너도 곁들여졌다. 아울러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벽화 두점도 미술관 한 켠에 내걸렸다.

장욱진이 1951년 그린 ’자화상‘은 이번 전시에서 좀 특별하게 전시되고 있다. 황금빛 보리밭 사이 좁은 길로 연미복을 입은 깡마른 신사 장욱진이 걸어오는 그림 속 정경처럼, 전시실 양쪽으로 청보리 밭을 길게 조성했다. 그림과 똑같은 구도다. 작품 위 큰 유리창으론 바깥의 나무 풍경이 어른거려 더욱 멋진 공간이 연출되고 있다.

개관전에 나온 유화 60점은 사람, 집, 나무, 하늘 등 4개 테마로 나눠 전시되고 있다. 장욱진은 어린이와 여인, 자화상 등 인물 초상을 대단히 단순화시키며 인간의 내면을 압축해냈다. 마치 새처럼 하늘을 훠이훠이 날아다니는 아이와 커다란 수탉, 편안한 느낌의 나무 등은 조촐하면서도 순수한 그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정영목 교수는 “이번 미술관은 자연을 좋아하셨던 장욱진 선생의 성정과 맞아떨어지는 곳에 위치해 있다. 앞의 또랑이며, 나무들도 그렇고 야트막한 산도 그렇다”며 “너무 거창한 미술관이 아니라 작은 미술관, 복도며 계단이 자연스럽게 전시공간이 되는 미술관은 작품과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밝혔다.
장욱진미술관 전경.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이어 “장욱진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가장 독특한 작가다. 아이처럼 그림을 그린 그의 그림은 한국적 정서를 누구보다 친근감있게 보여준다"며 ”개관전에 나온 유화 60여점은 모두 주옥같은 작품들로, 자화상(1951년), 거목(1954년작), 가족(1973년), 밤과 노인(1990) 등은 눈여겨봐야 할 작품들”이라고 했다. 
장욱진 거목. 캔버스에 유채 1954.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의 작품세계는 덕소시대(1963∼1975년), 명륜동시대(1975∼1979년), 수안보시대(1980∼1985년), 신갈시대(1986∼1990년)로 구분된다. 그만큼 그가 머물렀던 집이 중요한 모티브임을 알 수 있다. 이에따라 그의 미술관도 여늬 미술관과는 달리,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세모난 집처럼 실제 ‘집’처럼 아기자기하게 디자인됐다. 미술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개구멍’도 만들어져, 어린이들이 다른 전시공간으로 즐겁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설계를 맡은 건축사 사무소 최페레이라 건축(대표 최성희)은 각기 다른 크기, 다른 모양새의 공간을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들이 마치 집안을 옮겨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장욱진미술관은 또 경기 양주의 장흥 계곡, 권율 장군 무덤 옆에 자리잡아 양주의 새로운 문화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욱진 자화상. 캔버스스에 유채. 1951.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의 맏딸로 양주시와 함께 미술관 건립사업을 이끌어온 장경수 씨(장욱진문화재단 이사)는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자신의 이름을 단 미술관같은 건 생각지도 않으셨다. 복잡하거나 거창한 걸 워낙 싫어하셨던 분이다. 그래도 아버지 작품을 꼭 닮은 작고 단단한 미술관이라 안심이 된다. 어머니와 우리 가족이 아버지께 드리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아버지 그림 특유의 인간적 체취와 교감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31일까지. 개관식이 열리는 오는 6월 16일까지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031)8082-4245.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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