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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대중과 함께라면…미술관 건립에 1조원도 아깝지 않다
전세계 슈퍼리치들의 미술관 <상>
세계부호 1위 카를로스 슬림
멕시코 ‘수마야 미술관’ 무료 개방

존 록펠러 1세 부인은 MoMA 개관
앨리스 왈튼은 아칸소에 미술관 세워
슈퍼리치들 아낌없는 투자 · 지원


전세계 슈퍼리치들은 미술품을 감상하고, 수집하는 일에도 열심이지만 수집품을 대중과 나누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하고, 전시기획자이자 평론가로 활동 중인 정준모 씨가 자신이 둘러본 세계 각국의 슈퍼리치 미술관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주>

재산 1억달러이상의 슈퍼리치들의 미술사랑, 문화사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경기변동에 아랑곳 없이 막대한 베팅을 거듭한다. 이들의 미술품에 대한 과(?)한 사랑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한 유동자금의 유입’으로 분석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은 미술에 대한 원초적 사랑 때문이다. 문화가 발전하려면 소비와 후원이 꼭 필요하다. 예전에는 성직자나 제왕, 귀족이 그 역할을 했다. 정부가 주도한 적도 있다. 오늘날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육성은 부자들의 몫이다. 이를 인식한 수많은 슈퍼리치들은 문화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르네상스시대 부자들이 교회를 지어 하나님께 바쳤듯, 오늘날에는 ‘착한 집’, 즉 미술관을 지어 사회에 헌정하는 것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

미국에선 이런 착한 집의 역사가 절대적이다. 거개의 미술관이 주정부나 도시의 이름이 붙어있지만 이런 미술관들도 대부분 기부로 이뤄진 ‘재단’ 소유이다.

뉴욕을 여행하는 이들이 빠짐없이 찾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대공황이 시작되던 1929년 문을 열었다. 남편 몰래 미술품을 수집했던 부호들의 아내는 유럽미술에 밝았던 화가 아서 데이비스의 설득에 1929년 MoMA를 개관했다. 여기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은 ‘석유왕’ 존 록펠러 2세의 부인인 애비 록펠러(1874~1948)다. 록펠러가는 미술관 건립을 위해 맨하탄 최고중심지인 53번가의 부지를 제공했다. 그래서 미술관이 록펠러타운에 존재하는 것이다. MoMA는 인근의 민속미술관을 인수해 네번째 확장공사를 추진 중이다. 

포브스지 선정 세계 1위 부자인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멕시코시티에 세운 ’수마야 미술관‘. 건물과 컬렉션 모두 압도적이다.(왼쪽 큰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월마트 상속녀가 아칸소에 설립한 ‘크리스탈 브릿지 미술관’, 부동산 재벌 엘리 브로드가 LA에 건립 예정인 미술관 전경. [사진=정준모]

MoMA에 이어 뉴욕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인 휘트니미술관은 ‘미국적인 미술’을 수용하는 미술관으로, 재원의 대부분을 필립 모리스에서 지원한다. 미국 현대미술의 열렬한 후원자였던 거트루드 밴더필드 휘트니 여사의 700여점의 소장품이 바탕이 됐다. 뉴욕 한복판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사용하는 프릭컬레션(The Frick Collection)은 1935년 시민의 품에 안겨졌다. 철강업으로 부를 축적한 헨리 클레이 프릭이 평생을 모은 빛나는 미술사의 한 부분과 함께 말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자리한 내셔날갤러리는 국립이긴 하지만 재무부 장관과 주영대사를 역임한 실업인이자 미술품수집가인 A.W.멜런(1855∼1937)이 건물과 미술품, 운영자금까지 기증해 설립됐다.

서부 로스엔젤리스의 말리부해변을 내려다보며 당당히 서있는 게티 센터(Getty Center)는 작가들에겐 꿈의 궁전이자, 서부인들에겐 자부심이다.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79)의 설계로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유백색의 건물군은 ‘21세기 문화의 아크로폴리스’이다. 석유부호였던 폴 게티(1893~1976)가 1953년 게티미술관을 연 후, 1982년 미술관 확장계획을 수립하고 장장 13년에 걸쳐 완성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미술관으로, 게티가 사업을 하면서 저질렀던 온갖 악행(?)이 묻히는 공간이다. L.A에는 게티 센터 보다는 작지만 알찬 미술관이 또 있다. 바로 노턴 사이먼 미술관(Norton Simon Museum)이다. 파사데나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기존 미술관이 폐관위기에 처하자 사업가 노턴 사이먼(1907~93)이 인수해 재개관했다. 사이먼이 30년이상 수집한 컬렉션도 곁들여졌다. 사이먼은 헌트-웻슨 식품, 맥칼출판사, 맥스팩토화장품, 자동차렌트사 아비스를 경영했다. 이같은 미국 미술관의 도도한 전통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슈퍼리치 컬렉터인 피터 브란트(67)는 2009년 5월 코네티컷 그린위치에 브란트 아트 스터디 센터를 개관했다. 제지산업으로 부호반열에 오른 그의 워홀컬렉션은 매우 유명하다. 브란트는 제프 쿤스, 슈나벨과 친구처럼 어울리며 화가들의 영화를 제작하기도 하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인덱스에 13번째로 랭크된 월마트의 상속녀 앨리스 왈튼(65)은 지난 2011년 아칸소에 미술관을 만들었다. 모쉐 샤프디(76)가 설계한 미술관의 명칭은 크리스탈 브릿지 미술관으로 연못 사이로 두개의 건물이 마주 보듯 서있다. 2억달러(2160억원)에 이르는 재단기금을 보유하고 있는 이 미술관은 미국의 식민지시대미술부터 19세기,근현대미술까지 두루 소장하고, 다양한 기획전을 펼친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로 리투아니아계 유대인인 엘리 브로드(71)는 1973년이래 수집해온 소장품을 선보일 미술관을 L.A에 건립 중이다. 그간 MoCA와 LA카운티미술관(LACMA)을 엄청나게 후원해온 그는 자신의 소장품을 대중과 나누기 위해 1984년 재단을 설립하고, 약 500여곳의 미술관과 대학에 작품을 대여해왔다.

방대한 현대드로잉 컬렉션으로 유명한 유디스 로스차일드 재단은 미술가들을 지원 육성하는 사업과 미술관 사업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코헨(58)도 코네티컷에 사립미술관 개관을 준비 중이다.

브라질에서 광산업으로 부를 일군 베르나르도 빠즈(65)는 노천철광석이 몰려있는 브라질 남동부의 미나스에 지난 2006년 이뇨칭(Inhotim)미술관을 열었다. 식물원을 겸하는 거대한 자연 속 미술관은 미술관의 개념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하다.

멕시코시티의 수마야 미술관(Museo Soumaya)은 포브스지 선정 세계부호 1위인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74) 회장이 세운 미술관이다. 2011년 새로운 부지에 약 1조원을 투입해 자신의 사위인 건축가 페르난도 로메로의 설계로 웅장한 미술관을 개관했다. 입장료는 ‘모든 사람이 언제나 와서 보라’는 의미에서 공짜다. 르네상스미술, 인상주의, 근현대미술, 라틴미술까지 광범위한 컬렉션을 자랑한다.

글=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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