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학군 프리미엄 시대 누가 지났다고 했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아파트값은 학군.’

신혼인 L씨(36ㆍ여)는 최근 수도권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 들렀다가 내부 인테리어와 넓은 수납공간, 최신 주방시설에 혼을 뺐겼다. 꿈에 그리던 집과 꼭 닮았다고 했다. 값도 저렴했다. 대형평형인 109㎡가 미분양 잔여세대 할인, 발코니 무상확장, 시스템에어컨 무상 제공 등의 특별혜택을 적용받으니 4억원대에 불과했다. 당장 계약에 필요한 돈은 2000만원이라 구미가 더 당겼다.

“가계약금 100만원이라도 걸고 가라”는 상담사를 앞에 두고 한참을 고심한 끝에 그녀는 최종 포기를 결심했다.

견본주택을 나선 L씨는 남편에게 “학군이 아니어서 별로”라고 했다. 그녀가 마음에 드는 학군을 감당할 아파트 값은 방금 본 아파트의 두 배. 그러나 그녀는 “일단 학군이 별로니 값이 안 오를 것”이라며 마음을 추스리고 견본주택을 미련없이 떠났다. 

목동 힐스테이트

그 다음부터는 그날 본 견본주택의 상담사 전화는 받지도 않았다.

아파트값을 주도하는 첫째 요인은 학군이라는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면 오르는 시대가 아닌 이상 확실히 오를 아파트를 사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수요가 언제나 화수분처럼 샘솟는 명문 학군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 건설사들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아예 아파트 마케팅의 최우선 순위를 학군에 두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오는 30일 1, 2순위 청약을 앞두고 있는 목동 힐스테이트(신정4구역 재개발사업)는 아예 학군 프리미엄으로 정면 승부를 띄웠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소재하지만 목동 학군(강서3학군)에 포함돼 있어 사실상 목동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파트 명칭에도 신정동이 아닌 목동을 썼다.

견본주택 내부에서나 홍보용 소책자에서도 ‘목동과 함께 누리는 명문학군’이라는 설명 문구를 맨 앞에 배치했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들이 내세우지 못해 안달하는 더블역세권(2호선 신정네거리역, 5호선 신정역) 자랑은 뒤로 밀렸다.

분양 관계자들도 목동 학군 프리미엄으로 분양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계약금 5%를 두 번에 걸쳐 내는 계약금 분납제 이외에 특별한 계약 혜택도 없다. 중도금 무이자는 커녕, 중도금 후불제도 적용이 안 된다.

한 분양 상담사는 “인근 목동 아파트 시세가 3.3㎡당 2300만원대 전후인데 새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대이니 당연히 잘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군이 목동과 같은 이상, 목동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하면 당연히 사람들이 계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오는 30일 송도국제도시에서 견본주택을 오픈하는 송도 호반베르디움도 다양한 호재 중 학군 프리미엄을 강조할 예정이다. 호반건설 측은 송도의 국제학교, 자사고 등 명문 학군과 뉴욕주립대, 유타대, 연세대 국제캠퍼스 등 송도 글로벌 캠퍼스의 특장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정부 중앙기관 이전과 함께 신흥 명문학군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종시에서도 학군 마케팅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달 분양한 세종시 한양수자인 와이즈시티, 세종시 중흥S-클래스 리버뷰 2차 등도 모두 세종시의 국제고, 과학영재고 개교 사실과 단지 도보권에 초중고교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와 같은 학군 마케팅은 전통 명문 학군인 서울 강남 지역에서도 유효하다. 역시 이달 분양했던 역삼자이,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등도 수요자들의 마음을 확실히 잡기 위해 학군 프리미엄을 앞세웠다.

/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