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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기업 파는 佛…시험대 오른 올랑드
푸조 · 라파즈 이어 알스톰도 매물
외자 유치 · 일자리 지키기 ‘양날’



프랑스 ‘국민기업’ 알스톰의 해외매각 건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새로운 시험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2012년 5월 올랑드 정권 출범 뒤 약 2년 동안 120년 역사의 PSA 푸조ㆍ시트로엥 등 프랑스 대표 기업들이 속속 외국 자본으로 넘어간데다, 국가기술력의 상징 알스톰까지 미국 GE와 독일 지멘스의 ‘먹잇감’이 됐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최근 국경간 벌어지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이 프랑스의 세계화에 대한 양면적 감정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랑드 내각이 해외 인수합병(M&A)에 예각을 세우는 이유는 피해 ‘트라우마’ 때문이다. 아르셀로미탈(프랑스 아르셀로가 인도 미탈에 피인수)의 경우 공장 폐쇄, 대규모 구조조정 논란을 빚어 프랑스인들에게 반감을 샀다.

게다가 올랑드 집권 이후인 지난해 프랑스 명가들이 줄줄이 외국 손에 넘어갔다. 올 들어서 폭스바겐이 이어 유럽차 2위 PSA푸조시트로엥은 중국 둥펑자동차에 지분 14%를 매각해 자존심을 구겼다. 세계 2위의 시멘트제조사 라파즈는 세계 1위인 스위스의 홀심에 완전히 흡수합병됐다. 지난해 프랑스 1위 광고회사 푸블리시스는 미국 미디어재벌 옴니콤에 매각됐고, 산드로, 마주, 클로디피에로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그룹 SMCP가 미국계 대형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지분 65%를 넘겼다.

최근 이같은 국민기업의 잇단 해외매각으로 올랑드 내각은 ‘자존심’이냐 ‘실리’냐 선택에 기로에 놓여있다. 미국 GE는 알스톰 지분 29%를 현금 130억달러(13조5200억원)에 인수하는 제안을했다. 그런데 고속열차 테제베 생산기업이자 국가기간망과 연계된 전력산업체인 알스톰을 대서양 건너 미국에게 넘겨주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같은 유럽파로 프랑스에게 친근한 지멘스는 알스톰의 에너지부문을 갖는 대신, 자사 운송부문과 현금을 더해 주겠다고 제시했다. FT에 따르면 세계 고속열차 시장에서 알스톰의 점유율은 13%, 지멘스는 7%다. 하지만 알스톰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전력부문에서 지멘스와 중첩영역이 많아 추후 감원이 우려된다. 지멘스는 3년간 고용보장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방송 프랑스24에 따르면 아르노 몽테부르 산업부 장관은 “알스톰은 우리 산업의 힘, 프랑스 창의력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국가의 보석”이 “코넥티컷(미국 GE본사가 있는)에 의해 조종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다. FT는 몽테부르 산업부 장관은 자신을 ‘콜베르 2.0’의 대변자로 자처하면서,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알스톰의 인수전을 즉각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17세기 루이 14세 통치 아래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하며 산업을 부흥시키고, 도산상태의 경제를 회생시킨 중상정치가 장바티스트 콜베르를 비유한 것이다.

이날 엘리제궁에서 제프리 이멜트 GE회장을 만난 올랑드 대통령은 “인수업체를 정할 때 유일한 기준은 어느 인수자가 더 많은 사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가”라며 고용 안정과 재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알스톰의 고용인원은 1만8000명으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료하는 요직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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