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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어게인 1962(?)…러 외무, 美 봉쇄 비난

러 외무, 쿠바 방문 ‘동지 껴안기’
소련 핵미사일 쿠바 배치 연상

이란과는 에너지 협력 협상중
中과 경협 급물살 결속 강화도
우크라 사태로 ‘신냉전’ 고조



#. 냉전이 최고조로 치달았던 1962년, 소련의 흐루쇼프 정권이 중거리 핵미사일 42기를 쿠바에 전격 배치했다. 미국 본토가 소련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절체절명의 상황.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핵미사일을 철거하지 않으면 전면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세계를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간 ‘쿠바 미사일 위기’의 줄거리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3차 제재를 단행한 데 맞서 러시아가 ‘냉전 동지 껴안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으로의 서진(西進)이 좌절되자, 방향을 틀어 쿠바와 아시아로 동진(東進)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 서방 간 ‘신(新) 냉전’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앞마당인 쿠바와 러시아의 협력강화 움직임은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쿠바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1960년대 취해졌던 미국의 쿠바 봉쇄 조치를 비난하면서 미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라브로프, 쿠바 방문=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28~29일 이틀 간의 일정으로 쿠바를 방문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수도 아바나에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무장관을 만나 양국 간 협력 증진과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을 협의했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달 29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1960년대 취해졌던 미국의 쿠바 봉쇄 조치를 비난했다고 중남미 뉴스를 전하는 텔레수르가 보도했다.

라브로프는 당시 미국이 쿠바에 취한 경제 봉쇄조치는 유엔 회원국 대부분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브로프는 또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 간 충돌사태에  러시아가 관여하는 것에 대해 미국과 서방이 제재하는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상식 이하의 어떠한 형태의 제재를 한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브로프는 “그곳의 위기 상황을 최대한 빨리 해결하려고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며 “모든 지역의 의견을 고려한 전 국민적인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는 서방의 지지를 받은 쿠데타로 촉발된 우크라이나의 위기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확고하게 지지한 것에 관해 쿠바에 감사의 표시를 했다.

러시아와 쿠바는 1991년 소련이 붕괴되기 직전까지 30여년의 냉전 기간 동안 밀접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냉전 종식 이후 소원했던 관계는 2009년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다시 가까워졌다. 당시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쿠바 정상으로는 23년 만에 모스크바를 방문, ‘러시아ㆍ쿠바 동맹’의 부활을 알렸다.

▶러시아-中ㆍ이란 협력 강화=러시아는 이란과의 에너지 협력을 발판으로 냉전 시기 동서 진영 간 격전지였던 중동에도 진출하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란혁명 직전까지 친소 정권이 집권했던 곳이다.

28일 이란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는 총 80억∼1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협력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가 500㎿ 규모의 전력을 이란으로 수출하고, 열ㆍ수력 발전소와 송전망 등을 이란에 건설하는 게 골자다. 지난 27일 이란에 국빈 방문한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과 하미드 치트치안 이란 에너지 장관이 세부 사항을 놓고 협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양국은 이달 초 이란이 러시아에 하루 50만배럴의 원유를 제공하는 대가로 그에 상당한 장비를 제공받는 200억달러 규모의 원유ㆍ상품 스와프 협상을 추진한 바 있다.

최근 양국 협력의 배경으로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하산 로하니 정권이 똑같이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미’ ‘반서방’ 전략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 협력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최근 미국이 유럽에선 러시아, 동아시아에선 중국과 마찰함에 따라, ‘미국’이란 공통분모가 생긴 양국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오는 5월 중국을 방문, CICA(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모스크바의 한 트레이더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제재를 계기로 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기업들이 대중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버번(미국 위스키) 대신 칭타오(중국 맥주)를 마시면 된다”고 빗대 설명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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