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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 농민’의 산실 한국벤처농업大…권영미 사무국장 인터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모험(Risk-Taking)’, ‘도전(Challenge)’, ‘열정(Passion)’, ‘에너지(Energy)’….

이 네 가지 어휘들은 익스트림 스포츠나 혈기왕성한 20대의 스포츠경합에 어울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미래지향적인 우리의 ‘신(新) 농민’들을 지칭하는 어휘라면 놀랄지도 모르겠다.

바로 13년 역사를 가진 한국벤처농업대학의 슬로건이다. 대학에 들어와 네 가지 덕목을 유전자 코드로 새로이 장착한 농업인들이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면서 고도의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지식 기반 디지털시대에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농민들도 구릿빛 피부로 땡볕아래 언제 끝날지 모를 노동만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가공, 고객창조의 전략을 세우고, 모바일과 PC등을 통해 자신들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앞세워 고도성장을 지향하는 시대가 왔다는 사실을 이 대학 학생들은 잘 알고 있다.

 
벤쳐농업대학 권영미 사무국장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소비자의 감시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상시적으로 이뤄지므로, 친환경 곡물, 작물에다 웰빙형 가공식품이 아니면 설 자리가 없다. 올가니카, 파머스무말랭이, 피아골, 꽃차마을, 자야 등 스타 농업기업을 배출한 한국벤처농업대학은 한국농업의 자생적 혁신을 주도할 산실로 주목받고 있다.


▶벤처농업대학의 산파, 민승규-권영미


벤처농업대학의 산파는 바로 대학 설립 5년전 농업진흥청에 재직할 당시부터 농민사랑 농촌사랑을 봉사 및 지식나눔으로 실천해온 권영미(51) 교수 겸 사무국장(사단법인 한국벤처농업포럼 대표 겸 에이넷디자인&마케팅 대표)이다. 설립자이자 총장인 민승규 전 농업진흥청장이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권 대표가 사실상 대학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권 국장은 현재 13기까지 137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온라인 대학(vaf21.com)의 회원은 1만명을 넘었다고 소개한뒤 벤처농업대학이 생긴 과정을 설명했다.


민 전 총장이 삼성연 연구원이고 자신이 농진청 직원이던 1996년 농협,삼성연,농진청 등 농업을 사랑하는 지식인들이 ‘유산(流山) 마을’이라는 농촌봉사팀을 결성해, 고추농장, 배 과수원 등지에서 월 1회 봉사활동하다가 지식나눔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하기로 중지를 모은다. 세상은 변하는데, 우리 농업은 어르신들이 땅과 고향을 지키기 위해 남아 계신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경영기획 등이 낙후성을 면치 못했다는 토론결과에 따른 것이다.


지식나눔 봉사로 바뀐 후 첫 인연을 맺은 곳은 경기도 화성군 남양면이었다. 1997년부터 중고 컴퓨터 15대를 구비해놓고 경기도 화성에서 지역농민을 위한 PC활용 및 농업정보화 교육을 시작했다. 농민들이 처음엔 PC교육을 시켜준다고 했을 때 “컴퓨터 팔러왔냐”고 의심했지만, 홍은수 남양농협 조합장(수라청 김치 대표)이 선듯 공장한켠을 내주면서 농업 정보화의 첫 발을 내디뎠다.


▶봉사활동→재능나눔→벤처농업 교육기관 설립

사업화는 빨랐다. 주말농장 사이버 분양 및 결실 제공사업이다. 배, 포도, 쌀, 고추 등 4개 작물의 논밭을 평당 6만원에 분양하고 그곳에서 수확된 작물을 보내주는 것이다. 도시에 사는 고객은 직접 와서 관리하지 않더라도 자라는 재미, 수확물을 먹는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늘 가을이 되어야 현금을 만져볼수 있었던 농민들은 봄부터 돈을 만져볼수 있었고, 현금유동성이 좋아지면서, 금융부담을 과거처럼 질 필요가 없었다.

2001년 5월 마침내 한국벤처농업대학이 설립되었다. 에이넷 대표이자 농업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하는 전시기획자인 권영미 대표가 명판도 월급도 없는 사무국장 자리를 맡았다.


권 국장은 “대학 간판으로 출범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봉사활동이라 여겼다”면서 “내 작물의 판로가 직거래냐, 재래시장이냐, 백화점이냐에 따라 마케팅 방법과 홍보, 포장방법이 달라지는데 일일이 알려주었고, 배울 때마다 매출의 증가속도가 숫자로 확인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완도농협 소속 학생은 ‘파머스 무말랭이’ 사장님한테 농협식 포장법을 가르쳐 주는 등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친환경 웰빙 아니면 소비자 외면…브랜딩, PR 세세한 교육과정

지퍼백을 활용할지 실링기계를 통한 포장을 할지 등을 선택해 비용계획을 정하고, 라벨지, 인쇄비 등을 고정비용에 산입해 재무계획을 반영토록 한다든지, 그럴듯한 포장으로 고급스런 이미지를 연출할지, 아니면 풋풋한 시골 정감이 나도록 브랜딩을 할지 등 고민하고 그 이유를 설명토록 한다든지 하는 교육 내용 역시 매우 구체적이다.


농산물은 서울 방배동 ‘농가의 식탁’ 실제 밥상으로 시연된다. 농업벤처대 서울 사무국 사무실을 겸하는 곳. 학생들의 글로 꾸며진 동명의 잡지도 있다. 이를테면 농가의 식탁 점심매뉴는 봉화의 김모 학생이 키워낸 토마토, 해남 출신 학생이 길러낸 양파, 무안의 이모 학생이 수확한 현미 등으로 만들어진다.

마케팅 홍보는 방송 SNS 등으로 다양하게 이뤄진다. 농민이지만 자기 제품을 방송을 통해 홍보할 때 마치 광고모델 못지 않게 말을 잘하도록 가르친다. 농민이 직접 참여하는 CF인 만큼 말 속에 진솔함과 감동을 심도록 하는 것이다. 패키지 디자인과 색감도 교수진의 기본 이론 강의가 끝나고 최신 트렌드 소개가 끝나면, 다양한 이론과 가설을 학생들 스스로 생산하는 작물의 특성과 이미지와 연결지어 토론하면서 학생들끼리 결론을 도출해낸다.

▶농업 강국의 밀알 ‘강소농’ 육성의 산실

2006년엔 벤처농업대학은 MBA과정을 개설했다. 다들 대학을 졸업하신 분이이어서 농업경영 이론은 심화과정을 하고, 실습을 통해 체감도를 높였다. 선지지(先知地) 견학은 MBA의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성공한 농가의 비결을 A부터 Z까지 분석하고 토론해서 배울점을 체크하고 발전시킬 고리들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청유농원 백승인 대표는 가공과 생산체계를 분리하면서도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는 OEM시스템을 농업에 도입하는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열정과 성공은 교수진과 졸업한 선배 농업기업인의 지식나눔 열정때문이다. 민승규 부사장 등은 여전히 무료강의에 임하고, 농업기술센터, 마케팅연구원, 재능대학교 관계자로 언제든 특강하러 달려온다. 현명농장 이윤현 대표, 우리원식품 전양순대표, 학사농장 강용대표 등 선배 강사진도 후배들 강의한번 해주려고 장사진을 이룬다.


권 국장은 “도전을 주저하는 분에겐 꿈과 열정을 심어드리고, 열정을 가진분에게는 구체적인 노하우를 알려드리며,전략을 고민하는 분에게는 토론과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강소농’으로서 성공을 거두는 모습이 너무도 흐뭇하다”면서 “한국 농업의 수준을 높일 10만 강소농 육성의 목표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님을 우리 1400명의 졸업생들 면면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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