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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토끼 잡아라” 이통 3사의 전략 선회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전략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신규 고객, 즉 타사 가입자를 빼앗기 위해 싼 값에 스마트폰을 쥐어주던 보조금 정책이 막히자, ‘집토끼 가두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 규제 기관의 체면도 살려주면서, 내실도 다지는 1석2조 전략이다. 1, 2월 보조금 전쟁이 기대했던 시장 판도 변화보다는 수익 악화로 이어진 아픈 경험도 한 몫 했다.

28일 LG유플러스는 2년 이상된 가입자에게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상품 가격을 1만5000원 추가 할인해주는 내용의 신규 정책을 발표했다. 월 8만원이던 ‘LTE8’ 상품 가격을 장기 고객에게는 4만7000원에 제공한다.

이날부터 다시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기존 고객을 잡기 위해 파격적인 요금할인 정책을 선보인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우량고객을 상위 요금으로 유인, 다시 묶어둠으로써 회사 전체 평균매출(ARPU)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영업정지 기간 약정기간이 끝난 고객의 이탈을 막는데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단독영업에 들어간 KT가 ‘스폰지 플랜’을 앞세운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요금 납부액이 70만원이 넘은 우량 고객의 스마트폰을 남은 할부금 부담 없이 새 스마트폰으로 바꿔주는 ‘스폰지 플랜’은 기존 KT 이용 고객들에게 좀 더 솔깃한 내용이다. 갤럭시S4 미니 등 구형폰을 중심으로 한 출고가격 인하도 신규 고객 유인보다는 기존 고객 붙잡기에 유용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집토끼 잡기’ 전략이 지난 1, 2월 보조금 대란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타사 가입자 유치를 위해 10만원 대 갤럭시노트3, 아이폰4S를 쏟아부었지만, 남은 것은 좀처럼 변함없는 시장점유율, 그리고 영업이익률 하락 뿐이였다는 반성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날 이통3사에 대한 실적 전망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32%가, LG유플러스는 3.6%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KT역시 지난해 말 적자에서는 벗어나지만, 동기 대비로는 52.5%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앞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단독영업 기간 신규 고객 확보가 기대에 못미친 점도 한 몫 했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나 홀로 영업했던 SK텔레콤은 14만4000여 명의 타사 고객을, 이후 단독영업에 나섰던 LG유플러스는 약 18만명의 고객을 새로 유치했다. 단독영업 효과는 고사하고, 이전 평소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정부가 ‘집토끼 우대’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영업전략 선회의 한 배경이다. 최성준 신임 방통위원장은 “보조금이 누구는 100만원을 누구에게는 10만원이 가면 이용자들이 억울할 수 있다”며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차별적 보조금에 부정적인 기존 정부 입장을 유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고객 유치의 필수인 번호이동이 정부 규제 등으로 힘들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전략을 바꿀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덤으로 정부 규제 당국에 화답하는 모습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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