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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가야 멀리간다...상생에 올인하는 대기업들
 [헤럴드경제=김윤희ㆍ박수진 기자]‘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라.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인디언 속담이다.

좁은 내수 시장 탓에 얼리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우리 기업들에게는 말할 나위도 없다. 앞에서는 끌고, 뒤에서 밀어야 남들보다 앞설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이뤄온 대한민국의 기적들도 상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를 구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시 상생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거래 대금의 100% 현금 지급, 상생 펀드 조성 등 중소협력사의 최대 고민인 자금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기술 이전 및 교육을 통해 ‘홀로 서는 법’도 터득하도록 돕고 있다.

[사진설명=GS칼텍스는 거래대금 일부를 직접 선지급, 협력사의 자금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사진은 GS칼텍스(왼쪽)와 협력사 우주종합건설 직원의 모습.]

▶GS, 2000억원 상생펀드ㆍ선급금 지급 제도 시행=GS칼텍스는 자재 구매나 용역 계약시 거래대금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먼저 지급하고 있다. 나머지 거래대금도 현금으로 지급한다. 서류 등에 하자가 없으면 납품 후 일주일 이내에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한다. 덕분에 협력회사들은 자금 회전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어음할인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GS리테일은 협력사의 원활한 자금융통을 위해 200억원의 상생예금을 조성한데 이어, 최근 우리은행과 손잡고 상생펀드 2000억원을 추가 조성했다. 협력사와 경영주의 투자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처다. GS25는 지난해부터 ‘엔젤서비스 제도’를 업계 최초로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경조사 및 입원 등으로 편의점 경영주가 매장을 비워야하면 본사 직원이 매장을 관리해주는 제도다. 

GS건설은 최고경영자(CEO)를 위원장으로 최고경영진들이 참여하는 ‘동반성장 위원회’를 운영한다. 협력회사 대표들과 GS건설 임원들을 대상으로 2004년부터 연 2회 정기적으로 ‘Xi CEO포럼’도 열고 있다. 협력회사와 대화창구인 ‘협력회사 서브콘 보드’, 주요 20여개 협력회사 CEO들과 깊이 있는 소통을 하기 위한 ‘그레이트 파트너십 동반성장협의회’ 등도 있다.

[사진설명=LG화학과 중소협력사 임직원들이 EU의 신 환경규제인 ‘리치(REACH)’에 대한 대응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 고객사 경쟁력강화 발벗고 나서=TCC동양은 포스코에서 석도원판(black plate)을 구입해 석도강판(tin plate)을 생산하는 협력사다. 멕시코 등 미주지역의 수요가 높지만 톤당 100달러를 웃도는 물류비 부담으로 번번이 계약에 어려움을 겪었다.

포스코는 자사의 미주지역 전담 선사와의 협상을 통해 TCC동양이 안정된 운송비로 계약이 가능하도록 도왔다. 덕분에 TCC동양은 멕시코의 제관업체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의 상생경영은 고객사에게까지 포함한다. 선재 타이더코드를 구매하는 미쉐린타이어는 항구에서 400여㎞ 떨어진 공장까지 제품을 보내줄 것을 요청해왔다. 포스코는 부두까지만 운송하던 기존 계약내용을 바꿔 고객사 공장까지 운송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고객사 공장까지 운송하는 방식은 포스코에서 최초로 이루어지는 계약방식이다. 

[사진설명=두산중공업(대표이사 부회장 박지원)은 지난 해 9월, 205개 협력사 대표를 초청하여 ‘동반성장 컨퍼런스 2013’ 행사를 개최했다. 2011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동반성장 컨퍼런스는 두산중공업이 주요 협력사들에게 한 해의 동반성장 계획을 알리는 한편, 우수 협력사를 선정해 포상하고 우수사례도 공유하는 행사다.]

▶두산, 경영전문단으로 협력사 성장 지원=두산중공업은 사내외 전문가 100명으로 구성된 ‘협력사 경쟁력 강화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 정밀진단을 통해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기 위해서다. 또 지난 해 9월 퇴임임원들로 구성된 ‘경영자문단’을 발족해 8개 협력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퇴임 2년 미만의 임원로 연구개발(R&D), 설계, 품질, 생산, 사업관리 등을 지원한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사내 전문가 및 기술고문 50여명으로 구성된 ‘경쟁력강화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협력사를 직접 방문해 품질ㆍ납기ㆍ원가개선 등의 혁신 기법을 전수한다. 지난 해 총 44개 협력사에 지원이 이뤄졌다.

재정지원도 활발하다. 두산중공업은 산업은행과 340억원, IBK기업은행과 368억원, 우리은행과 450억원을 조성하여 총 1158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약 200여개의 두산중공업의 협력회사들은 동반성장펀드를 통해 시중보다 2~3%포인트 낮은 대출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진설명=포스코는 고객사의 물류비 경감을 위해 선사와의 계약 협상에도 참여하는 등 고객사 수출지원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부두에서 코일을 선적하는 모습.]

▶LG화학, 해외 환경규제에 선대응=LG화학은 ‘LG패밀리론’과 ‘LG상생펀드’ 등을 통해 자금 확보가 어려운 중소협력회사에 매년 평균 500억원 이상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하도급 대금 결제는 100% 현금이며, 지급기한도 7일 이내다.

협력사들이 규제장벽을 넘는 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EU 수출을 위해서는 화학물질관리 제도인 ‘리치(REACH)’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LG화학에 아크릴산과 부틸아크릴레이트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LG화학이 자사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게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중소협력사의 자생력을 키우는 활동도 활발하다. LG화학 테크센터는 연간 20여회 이상 ‘폴리머 프로세싱 스쿨’(PPS) 과정을 개최, 총 500여명의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플라스틱 제품의 설계 및 개발과 관련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LG화학의 상생은 1차 협력사를 넘어 2차 협력사까지 아우른다. LG화학으로부터 현금결제, 대금결제 조건 개선 등의 지원을 받은 1차 협력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2차 협력사에도 비슷한 내용의 지원을 해야 한다. 지난해 9월에는 440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는 상생펀드 수혜대상도 2차 협력사까지 확대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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