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3억 인도의 미래, ‘다라비’가 쥐고있다…슬럼가 빈민층, 인도총선 ‘캐스팅보트’로 부상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판자집과 비좁은 골목들이 구불구불 이어져있는 삼각형 모양의 미로. 550에이커(약 2.226㎢)밖에 안 되는 땅에 70만명이 몰려사는 빈민촌. 조금만 걸어나가면 화려한 고층빌딩이 즐비한 금융지구가 나타나는 곳. 여기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배경이 된 아시아 최대 슬럼(빈민가), 인도 뭄바이의 ‘다라비’다.

인도의 가난과 빈부격차를 상징하던 다라비가 인도의 미래를 책임질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열리는 총선에서 슬럼가 빈민층의 표심이 선거 승패를 가르는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인도 경제 수도인 뭄바이가 인도 총선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면서 특히 “슬럼가 주민들이 (총선)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최대 빈민촌으로 불리는 인도 뭄바이의 다라비 [자료=위키피디아]

현재 인도에서 슬럼가 거주민은 9300만명으로 전체 도시인구의 26%에 달한다. 인도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의 경우, 시민 40∼60%가 슬럼가 빈민촌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슬럼 인구는 오는 2017년이면 1억400만명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서 투표자 등록을 한 유권자 수가 약 8억명임을 감안하면, 선거의 향방이 사실상 슬럼가 주민들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FT는 “뭄바이 부촌의 투표율은 늘 가장 낮았다”면서 그러나 “도시 최하층 사이에선 많은 유권자들이 표를 행사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24일 다라비에서 치러진 총선 투표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새벽부터 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이 몰려 투표소 밖까지 줄이 이어졌다. 직장에 가느라 투표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따라 슬럼가 주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당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다라비는 집권 국민의회당을 떠받치는 표밭이었다. 카스트 제도 최하위층과 무슬림이 국민의회당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나렌드라 모디 구자라트 주지사가 이끄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이 빈민층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국민의회당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경제 회생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 BJP의 선거공약이 물가 상승, 주택난, 식수 부족 등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다라비 주민들에게 통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다라비에 거주하는 하위 중산계급도 BJP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뭄바이 금융지구의 정보기술(IT)ㆍ금융업체에 근무하는 화이트칼라 유권자들이다. 다라비의 텔레비전 시청 가구 비중을 전국 평균 47%보다 월등히 높은 70%로 끌어올린 주역이기도 하다.

다라비 소재 자선단체 에이콘 재단의 베노드 셰티는 “인도 유권자들은 갈수록 영리해져서, 이젠 각 정당들의 환대를 즐긴 뒤 실제 투표는 자신들이 미리 점 찍은 후보에게 몰아준다”며 “다라비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정당들이 막대한 금액의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