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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각ㆍ먹튀ㆍ분쟁…부동산 부가세 ‘요지경’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생산 및 유통의 각 단계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에 대해 부과하는 조세’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의 사전적 정의다. 물품을 구입ㆍ거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비세이자 거래세다. ‘부동산 상품’ 대부분엔 부가세가 붙는다. 그러나 거래 당사자는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미분양 계약 시 부가세 관련사항이 고지되지 않아 자신의 집값을 착각해 생각지도 않은 손해를 입는다. ‘부가세 환급’을 악용한 이들은 사기를 치기도 한다. 상가거래에선 별도로 매겨지는 부가세를 두고 발생한 분쟁도 꾸준하다.

▶ 중대형 아파트 취득가격엔 ‘부가세 포함’ = 임 모(43)씨는 작년 9월께 경기 용인 죽전의 한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공급면적 171.6㎡)를 계약했다. 분양가는 6억2000만원. 당시 4.1부동산대책의 양도세 한시 면제대상 중 하나는 ‘취득가액 6억원이하 또는 전용 85㎡이하인 미분양주택’이었다. 

‘부동산 상품’ 대부분엔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그러나 거래 당사자는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사진은 최근 상가(점포)계약 과정에서 부가세 관련 분쟁이 있었던 서울 강남의 한 중형빌딩

그러나 임 씨는 개의치 않았다. 부가세가 제외된 취득가액은 분양가보다 낮아질 것을 예상해서다. 이 주택의 부가세는 분양가의 7%선. 4300만원 가량이 빠지면 취득가는 5억7000만원대로 양도세 면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임씨는 결국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아파트 취득가액은 곧 분양가(6억2000만원)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결국 취득세도 700만원정도 더 냈다. 임 씨는 “과거 오피스텔에 투자했을 땐 양도세 계산 시 부가세를 뺀 분양가가 취득가액이었는데, 아파트는 다르다는 걸 몰랐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주택 건축가의 10%인 부가세(토지분은 면세)는 조세특례제한법 상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85㎡ 미만은 면세)에 포함해 매겨진다. 이는 땅값 비중이 높은 서울 강남 아파트 분양가 대비 3%, 비(非)강남지역은 5∼7% 선이다. 이렇게 매겨진 분양가는 곧 취득가격이 된다. 반면 오피스텔 부가세는 분양 시 사업자등록을 하면 양도세 계산에서 빠진다. 보통 오피스텔 분양계약서에 분양가액과 부가세를 ‘별도’로 명기하는 것도 그래서다.


물론 중대형 아파트 분양계약서엔 분양가액에 ‘부가세포함’을 기재한다. 문제는 이를 계약자에게 알리지 않는 분양상담사가 절대다수라는 것. 분양업계 관계자들은 “상담사 70∼80%는 분양가에 부가세가 들어있단 걸 고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품을 ‘파는 데’ 도움이 안 돼서다. 현재 중대형 미분양을 판촉 중인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 A씨도 “부가세는 분양상품 판매의 셀링(selling)포인트가 아니고, 계약서엔 이를 작게 써 넣어 알아보기도 어렵다”며 “(취득가액의)부가세 포함 사실을 알리는 게 의무도 아닌데…(고객이) 당연히 알겠지 싶어 그냥 넘어가는 게 90%이상”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이 관계자가 맡은 경기도 B단지는 분양가 6억3000만원대 중대형 미분양이 70여가구다. 4월 현재 단지 내 총 미분양의 42%다. 취득가에 부가세가 빠질 것으로 착각하고 ‘6억원 이하 취득세 감면’을 기대해 계약할 수 있는 물량이 그 정도란 의미다. 인근 C단지도 같은 조건의 미분양이 80가구 정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양도ㆍ취득세 등 각종 혜택이 발표된 작년 4월∼올 2월 간 팔린 부가세 대상 중대형 미분양은 전국 8325가구다.

이 중 분양가 6억원 이상 주택이 밀집한 서울ㆍ경기에선 4131가구가 계약됐다.

▶ ‘부가세 환급금 먹튀’ 사기사건도 = 올 2월엔 주택매매업자로 등록하면 부가세 환급이 가능하단 사실을 악용해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 수십 채를 허위매수한 일당이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황 모(45ㆍ여)씨 등은 재작년 9월 부산의 장기미분양 아파트 41채(전용 174∼200㎡ㆍ287억원 규모)를 타인 명의로 사들였다. 이름을 빌려 준 9명은 모두 일용직ㆍ무직자 등 저소득층이었다. 황 씨 등은 주택매매업자로 등록하고 환급된 부가세 16억여원을 챙겼다. 이들에게 182억원(분양가 63%가량)을 주택담보대출로 빌려 준 3개 금융기관의 손실도 막대했다.

황 씨 등이 부가세를 돌려받고 ‘먹튀’ 한 뒤 주택 잔금과 대출 원리금을 거의 내지 않아 이 아파트들이 경매로 넘어가서다. 이들이 챙긴 돈 총액은 건설사가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내 준 이자ㆍ취득세 지원비를 합쳐 28억여원 정도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부가세 환급을 악용한 부동산 사기는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크고 작은 규모로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상가 매매계약 ‘부가세 분쟁’ = 신축 상가 분양업체와 계약자 간에도 부가세 문제가 불거지곤 한다. 분양 계약서에 표기되지 않은 부가세가 분양가 포함인지 별도 부과인지를 두고 양측 입장이 충돌해서다.

상가의 부가세율도 주택과 비슷하다. 상가 건물가액의 10%다. 통상 분양금 총액의 5∼7%선이다. 예를 들어 4억원짜리 상가를 분양 받았다면 2000만∼2800만원에 이르는 부가세가 매겨진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매수자가 부담해야 할 부가세를 거꾸로 매도자가 내지 않으려면, 상가 매매계약 시 ‘부가세 별도’ 항목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계약서에 이를 안 쓰면 분양금액에 부가세가 포함돼 매수자는 별도 납세 의무가 없다고 보는 것이 과세당국의 해석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최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의 매장(1층, 분양가 28억원대)을 공급한 한 분양업체는 ‘부가세별도’ 언급이 없는 계약서를 발행해 세금 1억원 가량을 매수자 대신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이사는 “(이같은 사례가) 전체 상가 거래에서 10~20%정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부동산 계약 건 대부분에 부가세가 관련돼 있는 만큼, 매도자는 세 부과사실을 반드시 알리고 매수자도 이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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