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진도) 기자]해양경찰이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동지회의 세월호 실종자 구조작업을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민간 구난업체인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이하 언딘)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또 구조당국이 현장에 투입 가능한 잠수사들의 수가 이미 정해졌는데도 숫자 부풀리기에 집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UDT 동지회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즉각적인 구조작업 투입을 할 수 있게 항의했지만 해경에 의해 연거푸 묵살됐다”며 “혹여 구할 수 있었던 어린 생명을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든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UDT 동지회원 20명은 사고 발생 이튿날인 17일 전남 진도 팽목항 현장에 파견됐다. 현장에서 구조작업 회의를 마친 UDT 동지회는 19일 해경 지휘소에 표면공기 공급 방식으로 잠수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들을 협조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세월호 침몰] “생업도 포기하고 내려왔는데…민간 잠수사는 들러리였다”
지난 17일 권경락(왼쪽) UDT 동지회 회장 등이 전남 진도에 내려와 세월호 실종자 관련 첫 구조작업 관련 회의를 가질 당시 모습.

하지만 해경은 기다려 달라고 한 뒤 20일 오전까지 UDT 동지회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UDT 동지회는 해경의 계속된 묵살에 개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권경락 UDT 동지회 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UDT동지회는 일반 스쿠버 다이버와 (수준이) 다르고 바로 구조에 투입이 가능하다”며 “현장에서 언성을 높이며 투입을 요청했지만 해경은 이를 묵살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천안함 참사 당시는 선후배 20여명이 구조작업에 참여했다”며 “우리(UDT동지회)는 민간잠수사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표면 공기공급방식 장비를 갖추고 있고, 15~20분 잠수가 가능한 일반 다이버와 달리 1시간 이상 잠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초기에 투입됐다면 가이드라인을 설치하고, 선내에 조기 진입해 어린 생명을 구했을 수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아울러 “해경이 다이버들의 잠수능력을 선별한 후 투입해야 하는데 무작정 접수를 받으니 민간잠수부 수가 500명 이상으로 부풀려졌다”며 “실제 투입되는 잠수부는 10명이 채 안 된다”고 꼬집었다.

25일 오전 현재 선체 내부로 이어지는 가이드라인은 6개로, 이를 통해 한 번에 투입 가능한 인원은 12명 선이다. 정조를 기준으로 최대 투입 가능한 인원은 20여명, 정조는 하루에 4번 찾아오고 하루에 한사람이 단 한번씩 수색ㆍ구조에 투입된다면 필요한 인원은 80여명이란 계산이 나온다.

결국 구조당국은 생업마저 포기한 채 현장으로 달려온 민간 잠수사들을 ‘들러리’로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투입 가능한 인원은 이미 정해졌지만 “500명을 동원해 수색ㆍ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숫자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또 UDT동지회의 활동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언딘 위주로 수색ㆍ구조 작업을 운영한 것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과연 언딘이란 민간업체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게 과연 합당하냐는 지적이다.

실제 언딘의 주요사업 내용을 보면 선체 인양, 기름 유출 방제 등이 기록돼 있을 뿐 인명구조에 관한 내용은 없지만 정부는 언딘이 국내 유일한 국제구난협회(ISU) 정회원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고 현장에 투입된 언딘의 주목적은 ‘구조’보다 ‘인양’에 방점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해양경찰은 침몰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청해진해운에 “세월호를 빨리 인양하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산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언딘과 청해진해운 사이의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