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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귀거래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현대중국문단의 대표 작가이자 이른바 ‘심근(뿌리 찾기) 문학’의 주창자인 한사오궁이 소설집 ‘귀거래(창비)’를 국내에 출간했다.

‘심근 문학’은 변두리 지방문화에 관심을 두고 그곳에서 민족문화의 근원을 찾으려 했던 문학을 의미한다.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 ‘귀거래’를 비롯해 ‘아빠 아빠 아빠’ ‘여자 여자 여자’ 등 중국 당대문학사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심근문학’의 대표적 중ㆍ단편 9편이 실려 있다.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중반 사이에 쓰였으며, 문화대혁명의 한가운데를 통과한 젊은 지식청년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저자는 문화대혁명 당시 지청으로 하방(당ㆍ정부ㆍ군 간부들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노동에 종사하게 하고 사병들과 같은 내무반에서 기거하게 만들어 관료화를 막으려 했던 정책)했던 기억을 작품의 소재로 다루고 있다. ‘여자 여자 여자’에선 문화대혁명 중 자살한 부친의 모습이, ‘웨란’에선 힘없고 평범한 노동자 여인의 비극적인 운명이, ‘바람이 부는 수르나이 소리’에선 노동자 농민에 대한 깊은 동정이, ‘파란 하늘을 날아’에선 하방한 지식청년의 힘겨운 운명과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부터 오는 회의가 엿보인다.

저자는 개혁개방 시대의 출범 시점에서 젊은이들이 겪었던 자기분열과 죄의식, 새 시대에 대한 열망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던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고발이나 풍자가 아닌 철저히 내면화된 문화대혁명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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